속초, 강릉까지 불길 번져 긴급 대피령 내려
문 대통령 “모든 자원 동원해 총력 대응” 주문
바람 세고 날 어두워 불길 잡는 데 애먹어
강원 인제, 경기 파주, 충남 아산서도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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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도 고성에서 난 산불로 50대 남성 등 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인근 주민 수백명이 대피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불은 강한 동풍을 타고 순식간에 동해안 일대와 속초 시내를 위협하며 재난급 산불로 번지고 있다. 건조·강풍 경보가 내린 가운데 밤 사이 사실상 화재 진압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인적·물적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소방청은 최고 수준인 3단계 화재 대응을 발령하고 전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소방 인력과 장비를 출동시키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성 산불을 조기 진화하도록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불은 이날 저녁 7시17분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 변압기에서 난 불은 산으로 옮겨붙었다. 이 불은 초속 7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바짝 마른 주변 산 숲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강한 바람 탓에 불은 빠르게 원암리와 성천리 등 주변 지역으로 번졌고, 고성군은 인근 주민과 콘도 등 투숙객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이어 불길은 강풍을 타고 인근 속초시 쪽으로 옮겨붙었고, 장사동 속초고등학교 기숙사까지 불이 번져 학생들이 긴급 대피했다. 속초시도 주변 지역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대피령에 따라 바람꽃마을 연립주택과 장천마을, 한화콘도 등에서 주민과 투숙객들이 인근 청소년수련관으로 대거 대피했다. 고성·속초 지역에선 초속 7.3m 강풍이 분데다 습도가 22%로 몹시 건조해 불길이 사방으로 급속히 퍼졌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고성군 토성면의 한 도로에서 김아무개(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70대 여성 1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산불로 인한 사망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불이 나자 소방청은 소방대원 78명과 펌프차 등 장비 23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 탓에 불길이 사방으로 빠르게 번진 데다 날까지 어두워져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해가 진 뒤라 소방헬기가 뜨지 못해 인근 민가와 콘도 쪽으로 번지는 불길을 끊지 못했다. 소방청은 지휘본부를 고성으로 급히 이동시키고 밤새 불과의 사투를 벌였다.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 아래서 시작한 산불은 현재 여러 갈래로 나뉘어 속초시내 방향으로 급속히 번졌다. 이 과정에서 건물이나 민가 상당수가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날 밤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속초 시민뿐 아니라 속초의 콘도와 리조트 등에 투숙했던 관광객들도 산불에 놀라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등 속초 시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강원도교육청도 고성·속초 산불의 급속 확산으로 막대한 피해가 속출하자 오는 5일 속초지역의 모든 학교에 휴업령을 내렸다. 휴업 학교는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4곳, 특수학교 1곳, 공립 유치원 2곳, 사립유치원 3곳 등 모두 25개 학교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산불 확산으로 학교 시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학생 등의 안전을 위해 휴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산불이 확산하자 소방청도 이날 밤 9시44분 강원도 고성 산불에 3단계 대응을 발령하고 진화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차원에서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 3단계는 전국적 수준의 사고일 때 발령한다. 정문호 소방청장도 현장 지휘를 위해 이날 밤 고성으로 출발했다. 행정안전부도 5일 0시부터 정부세종 2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산림청도 5일 해가 뜨는 대로 초대형 헬기 2대 등 총 17대의 헬기를 현장에 투입해 산불을 진화할 계획이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현장에 지상 진화 대응 인력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산불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전국 곳곳에 강풍주의보와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으며, 고성 외에도 강원 인제와 경기 파주, 충남 아산에서 산불이 잇따랐다. 강원 고성에선 1996년 해방 이후 최대 규모의 산불이 일어났으며, 2005년엔 인근 양양에서 큰 산불이 나 낙산사가 전소되는 등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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