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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세계 야생 개구리 멸종 위기로 내몬 '한국산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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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온두라스 양서류 구조보존센터




눈가에 붉은 화장을 한 개구리가 앉아 있다. 중미(中美) 온두라스의 쿠스코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이끼붉은눈 개구리〈사진〉'다. 하지만 이 모습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붉은눈개구리를 비롯해 양서류 501종이 지난 50년간 치명적 곰팡이병으로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2007년 조사 때 나온 추정치보다 두 배나 많은 숫자다.

호주 국립대 벤저민 셸레 교수 등 과학자 41명은 지난달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50년간 이미 멸종한 90종을 비롯해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501종이 항아리곰팡이병으로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항아리곰팡이는 개구리의 피부 안쪽 케라틴 조직을 먹어 치워 질식사시킨다. 항아리곰팡이는 이미 1980년대에 개구리들을 숱하게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실체는 지난 1993년 호주에서 처음 밝혀졌다. 시작은 한국이었다. 지난해 한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사이언스지에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산 항아리곰팡이는 50여 년 전 애완용, 식용으로 개구리의 국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고 추정됐다.

연구진은 지난 2015년부터 항아리곰팡이에 대한 논문 1000여 편을 분석하는 한편, 곰팡이병이 퍼진 국가들을 방문해 살아있는 개구리는 물론, 이미 멸종해 박물관에 보관 중인 개구리 표본의 DNA까지 조사했다. 2007년 과학자들은 양서류 약 200종이 항아리곰팡이 때문에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는 지역별 조사를 모으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일부 개구리가 곰팡이에 내성을 갖게 되면서 다시 숫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양서류 39%는 개체 수가 줄고 있다"며 "무엇보다 야생동물 밀무역을 엄격히 차단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도롱뇽에 치명적인 항아리곰팡이종이 유럽의 벨기에에서 새로 발견됐지만, 신속한 검역과 도롱뇽 무역 차단을 통해 아직까지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지 않았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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