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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야당의 역주행… 최저임금ㆍ탄력근로제 수술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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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요구로 국회 통과 답보… 기존안으로 내년 최임 결정 우려
한국일보

3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임이자(오른쪽) 소위원장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의 안건을 상정 논의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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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3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편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처리에 실패했다.‘낡은’ 최저임금 제도로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계의 숙원이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국회 통과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3일 오전부터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를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심사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합의 없이 이날 논의를 끝냈다. 임이자(자유한국당)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안 했으니 (5일 본회의 상정은) 못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는 언제 열릴지 예측이 어려운 4월 국회로 미뤄지게 됐다.

정부ㆍ여당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 하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성장률 등 사용자에 유리한 지표를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지만, 실상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16.4%ㆍ10.9%)을 기록해 과속 논란을 빚었던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현행 제도보다 친(親) 시장적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지만 보수 야당이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변수가 생겼다. 자유한국당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하고,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시간은 제외하는 등의 훨씬 더 친 시장적인 의제를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나섰다. 노동계의 반발 등을 예상하면 정부 여당이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됨에 따라 현행 제도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몰리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법안이 통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법 개정안은 올해만 특별히 시한을 2개월가량 늦춰주기로 했지만 내년 예산 심의 일정을 맞추려면 늦어도 8월말까지는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최장 100일인 최저임금 심의 기간과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을 전원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4월 중 법 개정이 이뤄진다 해도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이미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선언하고 제도 개선안을 대안으로 내놓은 터라, 지금 제도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인상률이 낮든 높든 적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또 최저임금법 개편을 염두에 두고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 등 공익위원 8명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상태여서 이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법안 심의 무산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바라보고 있는 일부 기업들로서는 아쉬운 소식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환노위 전체회의 개최 불발은 민주노총 투쟁의 결과”라며 반겼다. 지난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노사정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 등 다른 유연근로시간제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밀면서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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