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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클릭 이사건] '회사 관둔다' 홧김에 말했는데 진짜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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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진의 아닌 의사표시" 부당해고 판결


인사권자에게 회사의 조직개편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홧김에 회사를 관두겠다고 말한 뒤 해고통보가 이뤄졌다면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해당 발언의 진위성을 회사가 따져보지 않았고, 실제 사직의사 표시 후 사직서가 제출되지도 않았다면 부당해고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3월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2년 제지업체 M사에 입사해 해외영업부문장으로 근무한 김모씨는 2015년 2월 오전 업무회의 중 대표이사 호출에 따라 대표이사실에서 개별면담을 하게 됐다. 대표이사는 해외영업부문을 2개 부문으로 나눠 그중 한 부부문을 김씨가 담당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알려 줬다. 이에 김씨는 새 조직개편에 따라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게 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마치고 업무회의 장소로 돌아와 회의 참석자들에게 "더 이상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 나 그만 둔다"란 취지로 말을 했다. 김씨는 이어 비서에게 임원이 사용하는 사직원 양식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사직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곧바로 열린 임원회의에서 다른 임원으로부터 김씨가 다른 직원들에게도 회사를 그만둔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는 보고를 받은 대표이사는 김씨의 사직 의사가 명확한 것으로 보고 후속 인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런 사실을 모르던 김씨는 같은 날 오후 오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김씨는 대표이사로부터 "후속인사 지시까지 마무리된 상황이고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회사는 당일 김씨를 퇴직처리했다.

김씨가 낸 구제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직 의사표시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령 이런 의사표시를 했다고 해도 이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M사는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1심은 "M사의 근로관계의 종료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와 절차를 결여한 것으로서 부당해고"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김씨가 대표이사와의 면담과정에서도 사직의사를 밝힌 점이 인정되지만 이는 인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평소 다혈질적인 성격이 순간적으로 나온 것으로 실제로 사직할 의사는 없었다고 봤다. 김씨가 사직원을 제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후에 대표이사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한 점도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됐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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