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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내 책을 말한다]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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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황우섭 사진작가,이현화 출판편집자


떠올려보자. 때는 바야흐로 2017년. 누군가 어쩌다 작고 오래된 한옥과 인연이 닿았다. 무려 82년 된 집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 집과의 인연은 그를 어디로 데려갈까?

이건 실제 상황이다. 20여 년 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 온 사람이 있다. 노후를 생각하던 그녀는 50대가 되면 편집자 대신 책을 파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방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던 그녀 앞에 다 쓰러져 가는 한옥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마음을 뺏긴 그녀는 만사 제치고 집 수선하는 데 물심의 양면을 다 쏟아부었다. 어쩌다 마주친 집 앞에서 그녀는 백 년 가까이 버텨온 이 집의 나무와 돌을 다시 써서 앞으로 백 년은 너끈히 견딜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다.

별별 일을 다 겪었고 집은 다시 태어났다. 덩달아 그녀의 삶도 통째로 달라졌다. 아파트를 떠나 한옥에서 살기 시작한 건 약과다. 회사를 그만두더니 이곳에 책방 대신 출판사를 차렸다. 그것뿐일까? 무려 1년 반 동안 한옥과 지지고 볶는 사이에 집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곱씹고 또 곱씹었다.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만들어 온 이력이 어디 갈 리 없다. 집을 고치는 과정, 집이란 무엇인가, 1936년 지은 한옥이 2019년에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둘러싼 1년 반의 고군분투를 깨알같이 정리해서 책 한 권을 썼다. 그러니까 이 책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혜화1117)는 집 한 채가 불러일으킨 변화 앞에 선 세상 물정 모르는 집주인의 응전의 기록인 셈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집주인과 의기투합한 사진작가가 철거 전부터 완공까지 다큐멘터리 찍듯 전 과정을 찍은 사진이야말로 백미다. 책 속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바를 저절로 깨닫는다. 바로 '사진이 예술'이란 사실이다.

[황우섭·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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