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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친절한 경제] 주고받는 경조사비? 앞으로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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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봄은 봄인가 싶은 게 요즘 결혼 소식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오는데요, 오늘(29일) 가지고 오신 게 축의금의 경제죠?

<기자>

경조사를 어디까지 챙겨야 되느냐, 챙긴다면 돈은 얼마를 내야 되느냐, 굉장히 오래된 고민입니다. 47년 전 뉴스를 준비해 왔습니다.

[대한뉴스/1972년 3월 : 청첩장을 남발해서 납세 고지서라는 나쁜 인식을 가져오게 한 기막힌 사례들, 부담에 쫓겨 마지못해 식장에 참석하고, 축하객들로부터 마치 결혼 비용을 뽑아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식장 입구 수부에서 축의금을 거둬들이는 이런 것이 진정 신혼부부의 장래를 축복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때도 '서민들의 축의금 부담이 너무 크다, 좀 자제하자'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결국에는 2015년에 이른바 김영란법이 만들어지면서 경조사비를 법으로 규제하는 지경까지 됐습니다.

지금 한도가 5만 원인데 사실 이것보다 큰 금액이 오가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최근에도 직장인 대상 설문 조사가 한 번 있었는데 월평균 지출액이 11만 6천 원이었습니다.

20대가 월 8만 9천 원, 그리고 50대는 16만 1천 원으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돈을 경조사비로 쓰고 있었고요, 10명 중의 9명은 경조사 참석이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보통은 "내가 이 돈을 이 사람한테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예전에 이 사람이 내 경조사 때 도와줬던가, 그러면 얼마를 도와줬던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죠.

<앵커>

사실 십시일반이라고 경조사 치르는 데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도움이 되기는 될 거예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새 돌잔치까지 크게 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결혼식이나 장례를 치르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 됩니다.

그럼 경조사비가 부담을 얼마큼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냐, 이게 최근에 연구가 된 것이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손혜림, 송헌재 교수가 한국재정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경조사를 치른 가구들, 그리고 이 가구들이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또 이 가구들은 그사이 경조사비를 얼마나 썼는지를 가지고 계산해 봤습니다.

단순히 설문 조사한 게 아니라 재정패널이라는 방대한 국가 데이터를 가지고 통계 분석을 한 거예요. 연구진들이 본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놀랍게도 누적 경조사 지출액의 계수가 0.988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경조사 지출액이 1만 원 늘어나면 경조사 수입도 거의 1만 원이 증가한다는 결과다. 경조사비로 1만 원 더 썼으면 9천880원이 경조사비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경조사비가 가구 소득의 부정적 충격에 대해 완전 보험으로 작동을 하고 있다. 법으로 주게 돼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 문화적인 관습과 약속인데 이렇게 나왔다는 게 놀라운 결과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조금 전 말씀 드렸던 "돌려받을 것 같은 사람한테는 준다. 받은 만큼 준다." 이런 통념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경조사를 치를 때 얘기이고,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이런 애매한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은 돌려받을 기회가 있어야 비교도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어제, 오늘 계속 전해드리고 있지만,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있고 기대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있고 그래서 경조사비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시점이나 관계가 예전처럼 그렇게 잘 맞아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점은 연구진도 분명히 지적을 하고 있고, 예전에야 생활권이 좁고, 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상도 치르고 했으니까 이런 사회적 약속이 잘 지켜질 수 있었고 효과도 좋았습니다.

앞으로 경조사 문화가 과연 지금처럼 보험으로서의 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사람들에게 부담만 주는 문화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경조사비 지출이라는 게 대부분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소비에도 비효율을 불러올 수가 있어서 이 부담을 천천히 줄이려는 노력과 논의가 좀 필요한 게 아니냐, 이런 의견들이 나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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