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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사라져도 대구탕 골목 맛집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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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용산구 삼각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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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 로타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 짓는 외로운 사나이가…남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

1967년 발표된 가수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일부 구절이다. 중장년층이라면 가사만 봐도 곡조와 함께 삼각지 로터리의 모습이 떠오르는 친숙한 노래다. 반면 요즘 젊은이들은 왜 ‘돌아가는 삼각지’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삼각지에 가보면 돌아가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이유는 간단하다. 예전엔 삼각지에서 ‘돌아갔고’ 지금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삼각지는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1가 부근을 말한다. 1900년 서울역과 용산역이 개통되고, 러일전쟁 뒤 한강에 서울역에서 노량진을 이어주는 한강대교가 완성되면서 중요한 교통의 요지가 됐다. 삼각지라는 이름 자체가 이곳에서 서울역-한강-이태원으로 통하는 세 갈래 길이 갈라지는 곳임을 나타낸다.

강북 교통의 요충지였던 삼각지에 1967년에는 입체교차로가 건설됐다. 이때 발표된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의 인기와 함께 입체교차로는 서울의 명물이 됐다. 자동차 시대를 알리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삼각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삼각지의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교통 체증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지하철 삼각지역 6호선 지반공사 문제까지 겹쳤다. 결국 입체교차로는 199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도로변에서 보는 삼각지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큰길 옆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이 밖에도 강북의 교통 중심지, 지하철4·6호선 환승역, 일평균 2만5천 명(지하철 승하차 기준)이 왕래하는 곳 등이 삼각지를 떠올리면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삼각지역 13번 출구와 국방부 사이 골목길로 들어서면 뜻밖의 모습이 나타난다. 주변 고층 건물들과 달리 시간이 멈춘 듯한 좁은 골목들이 나온다. 자동차가 들어가기도 힘든 좁은 골목들이다. 조용한 골목을 걷다보면 몇 해 전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절로 생각난다. 바닥 타일은 군데군데 깨져 있고, 심지어 실금이 나타난 벽도 보인다.

저녁이 되면 골목의 풍경이 바뀐다. 한산했던 낮과 달리 하나둘 사람이 몰려온다. 어떤 이는 추억을 찾기 위해, 어떤 이는 과거를 구경하기 위해, 어떤 이는 맛집을 찾기 위해…. 골목 사이사이에는 맛집 TV 프로그램에 여러 번 소개된 오래된 가게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대구탕 골목’이다. 40년 전 이 골목에 대구탕집이 처음 생겼다. 대구탕의 인기가 치솟고, 대구탕을 파는 식당이 늘어나면서 골목이 됐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소주 한잔 기울이려는 사람들로 저녁에는 긴 줄이 생긴다. 대구탕 골목 옆으로는 추운 겨울에도 연탄불 앞에 앉아 정성스레 고등어를 굽는 할머니가 계신 ‘대원식당’, 노릇한 차돌박이와 구수한 된장찌개가 있는 ‘봉산집’ 등이 자리잡고 있다. 역시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킨 곳이다.

고층 건물들 사이, 빠르게 지나는 자동차에서 잠시 내려 오래된 골목을 걷고 할머니가 해주시는 손맛 가득한 밥 한 끼 해보는 건 어떨까?

최영철 용산구청 언론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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