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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장자연, 10년 전처럼 외면 않겠다’…연예계, SNS 연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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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씨 호소글 공유…“지지합니다” 응원 메시지

사건 연루 의혹 이미숙씨 “추가조사 받을 의향 있다”

경향신문

“연예인분들의 응원은 바라지도 않아요. 이러한 사실이 안타깝다 정도만의 언급도 어려우신 걸까요? 무명인 ‘듣보잡’ 배우보다 영향력 있는 배우나 가수분들이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는 한마디 말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알고 있지만 모진 풍파는 다 제게로 오니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고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나선 배우 윤지오씨(32)는 지난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동료 연예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10년 전, 이러한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윤씨의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연예인들의 직간접적인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언 심진화·김원효씨 부부가 먼저 목소리를 냈다. 심씨는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재수사 응원합니다! 장자연님이 하늘에서라도 꼭 웃을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김씨는 아내 심씨의 SNS 글을 캡처해 올린 후 “당신 말이 맞습니다.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적으며 뜻을 함께했다.

2009년 방영된 KBS 2TV <꽃보다 남자>에 장자연씨와 함께 출연한 배우 구혜선씨도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과 장씨가 함께 나온 드라마 스틸사진을 올리며 “내 손에 핫팩을 가득 주었던 언니. 같이 찍은 사진 하나 없어 아쉬운 언니. 하늘에서 편히 쉬어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글을 올렸다.

배우 김향기씨는 윤지오씨가 지난 15일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후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눌렀으며, 신화 멤버 김동완씨는 윤씨와 장씨가 함께 찍은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배우 김지훈씨 역시 다수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을 보탰다.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장씨의 죽음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영화배우 이미숙씨(사진)도 뒤늦게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2일 소속사를 통해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추가 조사도 받을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장자연 사건은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불린다. 배우 장자연씨는 2009년 3월7일 기업인, 언론사 고위층 등 유력 인사들에게 수시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문서를 남긴 뒤 사망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함부로 말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니냐”며 “이제서야 조금씩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연예계가 폐쇄적인 데다 장자연 사건은 특정인의 일탈 수준이 아닌 구조적 비리로 개인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였다”며 “구조적 문제는 결국 연대를 형성해야만 해결이 가능한데,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연대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움직임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연예계와 같은 공동체에선 피해자가 목소리를 냈을 때 지지하고 동참하는 행위 자체가 큰 용기일 수 있다”며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는 환경으로 문화 자체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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