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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준기의 미국in]최측근 남편과 '트윗배틀' 벌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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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 생일날 최측근 참모 남편과 트위터로 독설 공방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앤 남편, 트럼프에 "정신장애" 직격탄

'미스터 켈리앤 콘웨이’라고 조롱했다가 여성 비하 부메랑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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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지난 20일(현지시간) 수요일은 열세 살 늦둥이 아들 배런의 생일이었다. 아이 엄마는 트위터에 ‘1’과 ‘3’ 모양의 풍선 사진과 함께 ‘생일 축하해’를 적으며 행복해했다. 같은 시간 남편은 아들의 생일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정적(政敵)에 분풀이 트윗을 날리고 있었다.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가족 이야기다.

트럼프의 정적은 아이러니하게도 최측근인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앤 콘웨이의 남편 조지 콘웨이였다. 트럼프와 켈리앤은 말 그대로 돈독한 사이다. 딸 이방카 부부를 빼면 몇 안되는 트럼프 초대 백악관 멤버다.

방아쇠를 먼저 당긴 건 조지였다. 작년부터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해오더니 지난 18일 대형 사고를 쳤다. 하루에만 무려 29건의 폭풍 트윗을 날린 트럼프를 향해 미국 정신과협회가 펴내는 통계편람에서 ‘자기애성·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설명한 부분을 캡처해 트위터에 올린 후 “미국인은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 물불 안 가리는 성격으로 유명한 트럼프였지만 켈리앤을 의식해 그간 조지의 비난만큼은 대부분 못 본 척 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듯, 특유의 독설을 뿜어댔다.

“‘미스터 켈리앤 콘웨이’라고 불리는 조지가 아내의 성공에 대단히 질투심을 느끼고, 그가 간절히 원했던 (법무부의) 일자리를 주지 않은 나에게 화가 나 있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그저 한 번 봤을 뿐이다. 그는 진정한 패배자에, 최악의 남편이다.”

‘남편’과 ‘상사’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던 켈리앤이 “의학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자신을 정신 장애라고 공격하는데, 거기에 대응을 안 하고 손 놓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며 트럼프 편에 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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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엔 콘웨이와 남편 조지 콘웨이.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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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는 이번 싸움에서 ‘많은 걸’ 잃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것들이 많다. 조지를 공격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마저 받는다.

트럼프의 ‘법무부 일자리 구걸’ 발언과 달리, 하버드대·예일대 로스쿨을 졸업, 현재 기업 전문 변호사로 활약 중인 조지는 2017년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직을 제의받았다.

그는 당시 “나와 우리 가족은 민간을 떠나 정부에서 새 역할을 맡을 때가 아니라고 결론 냈다”며 나름 공손하게 직을 사양했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조지는 트럼프 발언 이후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는 걸 보고 스스로 (차관직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조지를 잘 모른다’는 언급도 사실과 다르다.

정치전문매체 복스는 “조지와 켈리앤은 2001년 결혼 후인 7년간 트럼프 소유의 월드타워에 살면서 미래의 대통령과 수차례 교감했다”며 “특히 2006년 트럼프는 콘도 이사회 문제와 관련해 조지에게 직접 감사의 편지를 쓴 적도 있다”고 했다.

마초로 악명 높은 트럼프의 인성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조지를 ‘아내보다 못한 남편’으로 부각하기 위한 ‘미스터 켈리앤 콘웨이’라는 표현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폴리티코는 “우리는 트럼프가 상대 품위를 깎아내리기 위한 별명을 좋아한다는 걸 안다”며 “스스로 아내의 성공을 모욕으로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맨스필드 뉴스저널은 “GM 공장 폐쇄로 1500개의 일자리를 잃을 운명에 처한 오하이오 로즈타운의 선량한 사람들보다 조지와의 불화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썼다. 트윗 배틀 직후 오하이오에 가 GM에 “공장 문을 열라”고 경고한 걸 꼬집은 것이다. 복스는 “의도와 달리, 트럼프는 조지를 유명인사로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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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지 콘웨이.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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