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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피살 현장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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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양·평택(경기)=방윤영 기자] [아파트 주민들 "이희진 부모인 줄 몰랐다"…평택 물류창고, 지난해 지어져 "인적 드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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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된 이희진씨(33) 부모의 자택인 경기 안양 아파트 현관문 /사진=방윤영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린 이희진씨(33) 부모가 살던 경기 안양의 A 아파트는 34년된 건물이다. 시설이 오래된 만큼 요즘 아파트와 달리 모두 '개방형'이다. 아파트 정문에서부터 각 동 출입문까지 보안 장치는 없었다. 외부 차량이나 외부인이 아파트에 드나들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CCTV(폐쇄회로 화면)는 아파트 출입구를 비추는 1대, 엘리베이터 1대가 전부다. 복도마다 CCTV는 설치돼 있지 않다.

A 아파트 경비원은 "아파트 정문 입구도 개방돼 있다 보니 외부 차량이 많아 누가 왔다 갔는지 알기는 어렵다"며 "원칙적으로 경비실에서 방문증을 끊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사업이 결정된 상태여서인지 보안장치를 추가로 설치하자는 주민들 의견도 나온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34) 일당도 손쉽게 아파트에 진입했고, 위조한 압수수색 영장을 내밀며 자택에 진입했다고 한다.

이씨 부모 자택에서 참혹한 사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현관문은 잠금장치가 뜯어져 철판으로 덧대어져 있었다. 이씨 동생의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이 잠금장치를 떼어낸 흔적이다. 우편함에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우편물 10여건이 쌓여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씨 부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 부모의 얼굴이 알려진 적도 없지만 이곳에 이사한 지 2달밖에 되지 않아서다. 주민 김모씨(64)는 "이희진 부모가 여기 사는지 몰랐다"며 "뉴스가 나온 다음에야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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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씨(33) 아버지의 사체가 유기된 경기 평택의 한 물류 창고 /사진=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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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아버지의 시신이 유기된 경기 평택의 한 물류창고 인근 주민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류창고에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다니는 건 본 적은 있지만 사체를 유기하는 사건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변 대부분은 논·밭이고 주택도 3채뿐인 인적이 드문 동네다.

인근 주민 박모씨(73)는 "여기는 버스도 안 다니고 오후 8시 이후에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몇 주 동안 시체가 있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황당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주민은 "젊은 남자가 마스크를 쓰고 창고 뒤편에서 뭔가를 태우고 있길래 따진 적이 있다"며 "따져보니 사체를 유기한 다음에 다시 찾아와 뭔가를 태운 것 같다"고 밝혔다.

시신이 발견된 물류창고 부지는 원래 논이었다. 새로운 땅 주인이 생기면서 지난해 가을쯤 물류창고 3채가 지어졌다. 약 3000평 규모다. 범행 장소로 사용된 창고는 3채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계약됐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옆 물류창고 세입자 이모씨(40)는 "원래 물류창고는 관리인만 두기 때문에 (범행 장소로 사용된 창고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관리인인 줄만 알았다"며 "따로 인사를 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창고 안에는 양문형 냉장고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문 손잡이에 자물쇠를 걸어 잠근 것도 모자라 테이프로 여러차례 감긴 상태였다. 이 냉장고에 이씨 아버지의 사체가 유기돼 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 피의자 김씨를 구속하고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의 뒤를 쫓고 있다.

당초 범행을 시인했던 김씨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부터 "살해는 공범인 중국동포가 했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당사자인 중국동포 역시 지인을 통해 "김씨가 살해했다"며 범행을 미루고 있어 경찰은 사건 당시 상황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이희진씨 부모가 살해된 이후 김씨가 이씨 동생을 만난 점과 범행장소와 거리가 있는 평택소재 창고를 빌린 점, 김씨의 밀항 시도 경위 등도 풀어야 할 의문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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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기 평택의 한 물류창고 안에 이희진씨 아버지의 사체를 유기하는 데 사용된 냉장고가 놓여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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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평택(경기)=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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