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남북미 3각 협력구도 '흔들'...비핵화·평화 '궤도이탈' 위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the300]北, 개성연락사무소 인력철수 '첫 행동'...대미 강경노선 예고, 남북 '지렛대' 美압박 분석도

머니투데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소 외벽에 대형 한반도 기가 걸려 있다. 2018.9.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돈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세 축인 북미·한미·남북 관계가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이다.

남북 신뢰를 토대로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마련하려던 우리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 구상도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궤도 이탈'부터 당장 막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최대한의 압박' 美대신 南 겨냥한 北

북한이 지난 22일 오전 '상부의 지시'를 이유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전원을 철수시킨 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22일 만에 나온 사실상의 첫 행동이다. 남북 정상의 합의로 분단 후 처음 만들어진 남북 소통 채널을 6개월 만에 무력화할 수 있는 조치다. 남북 대화로 추가 협상 동력을 확보하려는 한국과 미국에 동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제사회의 공조와 결속 하에 강력한 대북제재 이행에 나선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대북 정책으로 '최대한의 압박'(대북제재)과 '외교적 관여'(추가협상)의 투트랙 접근법을 강조해 왔다.

미 재무부가 전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것으로 의심받는 중국 해운사 2곳을 포함해 수십척의 선박을 무더기로 독자제재 명단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엔 제재와 미국 독자제재 등 촘촘한 그물망으로 북한을 완전히 옥죈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다.

◇"美 설득 못하면 강경 노선" 메시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남북 관계를 타깃으로 삼은 데엔 여러 전략적 고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이 장고 끝에 대미 정책 방향을 강경 노선 쪽으로 확실히 결정했다는 분석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선희 부상의 비핵화 협상 중단 검토 발언과 북한의 주요 해외공관장 입국, 개성 연락사무소 인원 철수 조치 등을 보면 북한이 조만간 대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를 지렛대로 미국의 대북 압박 강도를 눅이려는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철수와 함께 전날 대외 선전매체들을 활용해 우리 정부를 향한 거친 언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미국에 남북경협과 제재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라고도 했다. 반면, 미국을 향해선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고 있다. 대외 노선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결단이 명확히 서지 않았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한미공조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불만을 품고 대화·협력 단절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하노이 빈손 회담 이후에도 북미 대화를 견인하는 핵심 재료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 카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미 조야와 국내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한미 제재 공조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제재 틀 안에서 남북경협을 추진하겠다. 현 단계에선 불가능하다"고 물러섰다.

◇'강대강 대치' 北美 사이에서 '딜레마'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막후 협상을 맡았던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한미의 대북 시각차가 크다"며 한미공조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정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연락사무소 문제를 포함한 대책을 논의했다.

'촉진자'를 자처한 우리 정부는 뽀족한 해법을 찾기 힘든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경협 카드도 없이 남북 대화 단절까지 예고한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난국이다. 북한의 바람대로 미국이 '빅딜' 카드를 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중지·유예)을 번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22일(현지시간) 재무부에 대북 추가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하는 북한 달래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위터에 "재무부가 기존 제재에 더해지는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나는 오늘 그런 추가제재들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김 위원장이 대미·대남 강경 노선을 공식화할 경우 어렵게 마련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무위로 돌아갈 우려가 커지자 유화 메시지를 긴급 발신한 셈이다.

오상헌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