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단독] “얘는 성괴” 서울교대 초등교육과도 여학생 외모 순위 매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1일 교내 곳곳에 비판 대자보 붙어

여학생들 “사실인정 않고 은폐·축소”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이어 초등교육과에서도 남학생들이 여러 해 동안 여학생들의 얼굴을 평가하는 등 성희롱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들은 허락 없이 가져온 여학생들의 사진을 화면에 띄워놓고 외모 순위를 매긴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저녁 서울교대 교내 곳곳에는 초등교육과 14학번 여학생 일동 명의로 작성된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남자대면식 사태 규탄문’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걸렸다. 초등교육과 13~17학번 여학생 109명 가운데 89명이 이 대자보에 동의했다.

대자보는 앞서 17일에서 20일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진 남자 재학생들의 사과와 증언을 토대로 구성됐다. 초등교육과에도 국어교육과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남자대면식’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승리 단톡방만 문제? 여후배 성희롱 자료 돌려본 서울교대 남학생들) 2016년과 2017년 진행된 대면식을 예로 들면, 남자 선배들은 남자 신입생을 한명씩 앞으로 불러 여자 신입생과 재학생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람’을 1위부터 3위까지 매기게 했다. 여학생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해당 여학생의 사진을 화면에 띄웠고 사진을 보면서 “안 귀여우니까 술 마셔”, “이번 판은 나가리”, “얜 성괴잖아”, “우리 학번보다 못났다”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순위 매기기와 외모 품평은 이때뿐 아니라 여러 해 동안 이어져 온 남학생들만의 ‘전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남성 재학생 다수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있지만, 일부 재학생과 고학번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해명 요구에 침묵하거나 ‘외모 품평은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사과문을 쓴 남성 후배들에게 남성 선배들이 전화를 걸어 ‘무엇을 적었냐, 무엇을 인정했냐’고 지속적으로 추궁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자보를 쓴 여학생들은 “아직까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축소·은폐하려는 남학생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고학번부터 이뤄져 온 반인권적, 성폭력적 문화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또 학교 쪽에 재학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요청하는 한편 각 시·도 교육청에는 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를 명백히 조사하고 징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학생들은 교대와 교육계에 만연한 ‘성폭력적 문화’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여학생 성희롱 문제가 비단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초등교육과 두 개의 과에서만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호소는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현재 경인교대, 대구교대에서도 폭로가 잇따르는 등 ‘교대 미투’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교사란 누구인가’에 대해 다시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교사란 적어도 옳고 그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잘못한 일은 반성하고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를 의지하고 따르는 아이들 앞에 떳떳한 모습으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