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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비트코인 4000달러 회복 했지만 장기 추세는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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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같은생각 다른느낌]한 달새 18% 상승해 주식시장보다 높지만

머니투데이

올 들어 비트코인 시세가 3000달러 아래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더니 3월 중순 드디어 4000달러선으로 다시 올라섰다. 단기간으로 보면 한달여 만에 18% 가량의 수익률이 난 셈이다. 그동안 미국 나스닥 지수는 5% 상승에 그쳤고 국내 코스피 지수는 변동이 없었다.

비트코인은 2017년 한 해에만 20배나 가격이 오르면서 ‘튤립 버블’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가상통화의 불안정성, 불법 행위, 각국의 규제 등으로 지속적으로 시세가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 가치 상승을 가져왔고 투기보다는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 이탈이 급속히 진행됐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고 2.25~2.50% 수준까지 인상했다. 그러자 지난해 말 비트코인 시세는 3200달러로 2017년 말 2만 달러에서 1년 만에 16%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올해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꺼져가던 비트코인 운명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추고 있다. 올 3월 ‘OECD 중간 경제전망’은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은 브렉시트 불확실성과 산업생산 둔화를, 중국은 무역분쟁 영향을, 일본은 산업생산 및 경제심리 둔화를 각각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도 확장적 재정효과 약화와 무역분쟁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2.6%에서 내년 2.2%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지난 10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CBS 방송의 '60분' 프로그램에서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건강한 수준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부가 설명까지 했지만 낙관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이같이 전 세계 경제 침체 우려와 미국의 금리 동결이 비트코인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비트코인이 아직은 안전자산 도피처로 이용되고 있으며 투기적 거래도 많은 실정이다. 3월 코시모 벤처스(COSIMO Ventures)의 파트너 카일 채프먼(Kyle R. Chapman)은 미국 경제지 배런즈(Barron’s)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침체기에 비트코인은 안전 자산과 유사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또 한번 시세 상승 국면이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상통화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해 비트코인 시세는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계단식 하락을 기록했고 이런 장기 하락 추세가 반등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별로 없다. 더군다나 비트코인 시세 폭락이 단순히 경제변수가 아니라 가상통화 가치의 불투명성에 있다는 것이 미래를 더 어둡게 한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비트코인은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세상에 소개됐고 분산화된 원장 기술에 의해 중앙은행 없이도 안전하게 거래될 수 있는 미래 화폐라고 각광받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10여년이 지났어도 사용가치나 저장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과 폭락은 오히려 화폐로서의 안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비트코인이 통화대체물 역할보다는 투기자산으로 더 많이 이용됐다.

또한 금융 집중화를 비판하며 분산화 기술에 의한 탈중앙화를 강조했지만 실제 거래를 주무른 것은 거대 자본 세력이었다. 거래가 늘어날수록 불법행위가 많아져 가상통화 무결성은 의심받았다. 각국 거래소의 횡령, 사기 등 불법행위와 해킹,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탈취 도구로 이용됐다. 결국 집중화된 금융 권력 지배는 피했지만 규제받지 않은 소수 세력들의 암수 범죄는 더 성행한 것이다. 이는 거래참여자와 거래량을 줄이고 비트코인이 쪼그라든 기폭제가 됐다.

게다가 비트코인이 가상통화들의 기축통화 역할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수많은 알트코인이 등장하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코인마켓캡닷컴’ 사이트에 의하면 현재 2116개의 가상통화 시가 총액이 1400억 달러 정도로 이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으로 줄었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계속 살아남아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치증명이나 안전성·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했던 가상통화는 이용과 거래가 줄고 투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비록 지난 한달 간 비트코인 시세가 단기 상승장을 보여줬어도 가상통화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는 미흡하며 장기 하락 추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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