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워크숍…"행장 눈에 띄자" 과열 양상도
KB국민은행이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일 없애기 공모전’을 연다.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기 위해 그룹장과 함께 워크샵도 간다. 이를 두고 KB국민은행 일선 행원들 사이에선 "취지는 좋은 캠페인인데, 실무단에선 불필요한 일이 더 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허인 행장은 CEO 메시지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스마트 워킹’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허 행장은 가치가 높은 핵심 문화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일을 버리는 데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제도 다음달 19일까지 실시한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불필요한 업무를 찾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중복업무를 찾아 통폐합하기 위해서는 실무 직원들이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줘야 현황 파악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공모제에 참여하면 최대 1억원의 상금도 준다. 공모제에 제출한 불필요한 일 줄이기 아이디어가 실제 업무에 반영되고 연간 예상 절감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비용 절감액의 50%를 성과급(인센티브)으로 줄 예정이다. 최우수상을 받을 경우 회장 표창과 현금 500만원, 우수상을 받으면 은행장 표창과 현금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 홍대 정문 앞에 있는 KB청춘마루./이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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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취지의 캠페인이지만 실무에서는 과열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회장 표창이나 은행장 표창까지 받는 만큼 회사에서 눈에 띌 수 있는 기회라는 점 때문에 일부 직원들이 후임들에게 ‘불필요한 일 리스트’를 만들어오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 행원은 "불필요한 일 아이디어를 만들어와달라는 요청을 선임으로부터 받았다"며 "개인적으로는 공모전에 제안을 낼 계획도 없어서, 불필요한 일을 없애려고 불필요한 일이 또 생긴 셈"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업무를 발굴하기 위해 실시할 예정인 ‘본부부서 일 버리기 워크숍’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이 워크숍은 모든 사업그룹의 수행 업무를 확인하고 불필요한 일이 발생하는 지점을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부행장이나 전무 등과 함께 간다. 워크샵 날짜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행원은 "이를 위해 주말까지 희생하며 워크샵까지 가야 할 일인지에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취지는 좋지만 반드시 워크샵을 가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행장이 의도는 좋았는지 모르지만, 실무단에는 또 다른 불필요한 업무가 생길 조짐이 있다"며 "위에선 항상 더 좋은 은행을 만들자고 유익한 메시지를 던지는데 실무에선 늘 그 메시지가 변질되는 감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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