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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새벽 3시, 김관영이 바른미래 의원들에 A4 4장 편지 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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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던 20일 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잠을 뒤척였다. 그리고 새벽 3시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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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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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들지 못하다가 결국 이렇게 몇 자 적게 됐다”고 운을 뗀 김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 26명 전원(공식적인 현역의원은 29명이나 박주현‧이상돈‧장정숙 비례대표 3인은 현재 민주평화당으로 활동 중임)에게 보내는 A4 4장짜리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이날 의총에서는 장시간 토론 끝에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바른미래당 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 공조에서 빠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4시간 50분간의 토론이야말로 당이 살아있다는 증거고, 숙의와 논쟁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생각과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당과 국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같음을 확인했다. 당을 생각하는 충정과 개혁을 위한 마음으로 끝까지 (협상에)함께 해달라”고 청했다.

또한 “선거제 개혁은 합의처리 원칙을 지키는 게 제 소신”이라면서도 “한국당이 약속을 파기한 상황에선 패스트트랙으로 협상을 압박하는 게 가장 현실적 방법”이라고 썼다. 그는 “지금 새벽 시간에 내리는 봄비가 그치면 땅이 더욱 굳어지듯, 바른미래당도 더 굳건하게 나아갈 거다.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자”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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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긴급회동을 마치고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태에 포함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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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의총에서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나오면서, 협상 당사자였던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혹시 민주당에 가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김 원내대표가 진심을 담은 편지로 달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이례적인 재선(再選) 원내대표다. 만 40대(69년생)로 현재 5당 원내대표 중 가장 젊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최근 목디스크 판정을 받아 신경차단 치료를 받기도 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엔 리허설을 진행하다 5분 만에 중단했다. 프롬프터를 봐야 하는데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민주당 설득하랴, 아예 판 깨는 한국당 끌어들이랴, 오죽 마음 고생이 심했으면 몸이 저리 상했겠나"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공개적으로 표출된 갈등 이외에도, 어린(?) 원내대표를 향한 다선(多選) 의원들의 훈계 혹은 비토 분위기가 적지 않다. “김 원내대표가 최고”라며 늘 엄지를 들어 올리던 손학규 대표가 이번에 적극 보호막을 쳐 주지 않은 것도 김 원내대표로선 부담이다. 당 관계자는 “대표마저 너무 한쪽 편을 들면 당이 확연히 갈라질 것을 우려해 톤을 조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가 내심 100% 연동형 비례제를 원했다는 점도 김 원내대표는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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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시국회 법안 처리 협상에 힘쓴 김관영 원내대표를 향해 고마움을 전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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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거법 개정이 안 될 경우 책임을 지겠다”며 배수진을 쳤지만, 새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아직 미온적인 반응이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4.9%였다. 조선소 폐업 등으로 그의 지역구(전북 군산)의 민심도 썩 좋진 않다. 개혁과 중도를 내걸고 야심차게 등장한 제3당의 원내대표로선 이래저래 ‘잠 못 드는 밤’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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