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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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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숨겨진 ‘미학’…“붓질의 영혼은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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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따끈따끈 새책]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한국 현대미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머니투데이

일본으로 건너가 서양화를 배운 우리 화가들은 비례나 원근, 양감과 같은 기법을 익히며 ‘한국적 서양화’를 표현했다. 그 빼어난 기술적 화풍에 평단은 기술에 급급해 독창성이 부족하다거나 ‘한국성’을 요구하며 낯설고 어색하다는 비평을 쏟아냈다.

저자는 서구 미술 유파의 영향을 받은 ‘흉내내기’로 폄하된 우리 그림들에 얽힌 사연을 통해 고민과 실험 속에 재창조된 창의적 작품 아니냐고 반문한다. 기술을 ‘흉내’냈지만, 우리 정신을 담아내는 흔적은 작품의 붓질에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첫 누드화인 ‘해 질 녘’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가 미술 공모전에서 특선했음에도 벌거벗은 여인을 담았다는 이유로 작품 사진 없이 수상 소식만 신문에 실렸다.

프랑스의 서양 누드화를 일본이 습득하고, 일본의 서양화를 조선인이 익혀 한국화와 접목했다는 조선식 서양화의 탄생 배경을 들으면 항거 정신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자존감과 독창성은 작품 뒤로 사라지기 일쑤였다.

이혼 스캔들 이후 나혜석 그림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정원’은 일본의 제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수작이었지만, 조선의 평론가들은 “이전의 색시는 시들고 병들었다”며 혹평했다. 작품에 대한 비난일까, 여성 작가에 대한 비난이었는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책은 일찍 세상을 떠났거나 월북했거나 미술 제도권 밖에서 활동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한국의 현대미술가 30명의 영혼과 작품을 소환한다. 국내 현대미술의 숨겨진 복합성을 다시 조명하고, 작가들의 뛰어난 노력과 철학을 되짚는다.

1900년부터 현재까지, 2차원의 그림에서 퍼포먼스, 공공미술까지 한국 현대미술 연대기를 살피면서 ‘스타 작가’의 이름뿐 아니라, 작품 내적인 요소(색감, 소재, 구도 등)를 하나씩 짚어 눈으로만 보던 미술의 외적 미학을 넘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속내의 이야기를 구석구석 만날 수 있다.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정하윤 지음. 은행나무 펴냄. 260쪽/1만5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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