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미 금리인상 멈춘 날, 한은 “금리 내릴 때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경제 감속조짐에 인상 보류

보유자산 축소도 당분간 중단

양대 긴축카드 2년 만에 마침표

이주열 “통화정책 운신 폭 넓어져”

중앙일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비둘기로 돌아왔다.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라는 두 개의 ‘긴축 카드’를 당분간 접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긴축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과의 금리 격차(0.75%포인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Fed는 19~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하고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QT)’ 정책을 조기 종료할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미국 경제가 감속할 조짐을 보이자 금융정책 ‘정상화’를 당분간 멈추고 경계 모드로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Fed는 만장일치로 현행 2.25~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상당 기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와 인플레이션 전망이 (금리) 정책에 변화를 불러오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some time)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보유자산을 팔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을 오는 9월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2017년 10월 양적 긴축을 시작한 지 정확하게 2년 만이다. 기존 일정보다 종료 시점이 1~2년 앞당겨졌다. 4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던 Fed 보유자산은 양적 긴축으로 지난해 말 기준 4조 달러까지 줄어든 상태다.

Fe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 등 ‘비상 모드’ 금융정책을 펴다가 2015년부터 ‘정상 모드’로 바꾸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해서 낮게 유지되고, 중국·유럽 등 글로벌 경기 둔화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조짐을 보이자 숨 고르기를 선택했다.

중앙일보

21일 출근길에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 지표는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필요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서 “인내심을 발휘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는 미국 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나 홀로 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침체를 재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FOMC 위원들은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배포된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 17명 중 11명은 올해 금리동결을 주장했다. 4명은 한 차례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다수가 올해 두 차례 인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확 바뀌었다. 2015년 말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사이클이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를 시작한 Fed가 정책을 재검토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Fed의 급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숨통이 트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FOMC 결과가 시장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며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 총재는 “모든 상황을 고려할 것이지만 아직 금리 인하의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금리 인하 권고에 대해서는 “IMF의 권고는 완화 기조를 가져가라는 의미인 만큼 정책 기조가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박현영·하현옥 기자 hypar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