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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광석의 디지털 이후](3)경계하라, 노동자를 노예로 만드는 알고리즘의 야만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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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과 알고리즘 경영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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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무수한 자원 중 하나로 전락

배달·돌봄·카풀 앱 등 ‘플랫폼’

실시간으로 노동자를 배치·통제

명목상 ‘개인사업자’로 만들어

4대보험 등 노동 기본권 보장 안돼


자본주의는 늘 신기술 욕망에 굶주려왔다. 기술 혁신은 자본주의 성장을 유지하는 원천이었다. 생산 공정에 자동 기계를 도입하는 일은 주어진 단위시간 내 노동생산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만 거두는 것이 아니다. 노동 조건의 불안정성 또한 광범위하게 이끌었다. 전문 기술노동직의 기계 대체효과와 산업예비군 형성, 기업가의 조직 통제력 확대, 구상과 실행 사이 노동분업의 가속화, 노동 강도 증대와 상대적 잉여가치 확보 등 기술 혁신은 늘 노동의 성격과 형식을 재규정해왔다.

오늘날 자본주의 기술 혁신의 자동화 기계는 공장 담벼락을 넘어 빠르게 사회 전역으로 스며드는 모양새다. 이는 단순히 자본이 공장이나 사무노동자의 일과 외 여가시간을 노동의 연장 삼아 통합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보단 작업장 내 노동 행위가 일상 삶의 범용 활동이 되고, 자본주의 노동 형식이 사회 속 일상 문화 양식이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카카오톡 등은 대중의 일상 데이터 활동을 특정의 테크놀로지로 중개해 대중의 데이터 활동을 생산 노동으로 만들고, 이를 특수 이윤 가치로 배양하는 이른바 ‘플랫폼 자본주의’를 구성하고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일상을 꽤 편리하게 하고 사회 혁신을 이끈 공이 적지 않지만, 바로 그만큼 우리 일상은 거의 이를 매개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 조직과 문화를 크게 규정해왔다. 글로벌 시민들 대부분은 이제 다양한 플랫폼을 매개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혹은 소셜미디어의 누리꾼들로 나서면서 온라인 데이터 활동을 끊임없이 벌인다. 이도 누군가의 강요 없이, 그리고 대체로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행한다. 플랫폼을 매개해 누리꾼들이 거의 매일같이 남기는, 좋아요, 댓글, 태깅, 멘션, 트윗, 별점, 평점, 생체리듬 정보 등 빅데이터 부스러기들은 플랫폼 기업 알고리즘 공장의 용광로 속으로 빨려들어가 정제되면서 데이터 노동이 되고 이윤 가치의 포획 기제로 편입된다. 오늘날 플랫폼 자본주의는 이렇게 거의 모든 인간 일상 활동과 취향의 대중문화를 경제와 자본의 노동 가치로 형질전환하고 있다.

■ 과학적 경영에서 ‘알고리즘 경영’으로

동시대 임금노동에 미치는 테크놀로지의 효과를 주목해보자. 가령, 카카오톡 문자는 소통의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직장인 대부분을 24시간 ‘카톡지옥’에서 살게 만들면서 직장 스트레스 지수를 급속도로 높였다. 샐러리맨들은 주어진 노동시간 외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급 관리자가 수시로 날리는 카톡 대화방 업무 지시와 압박에 시달린다. 비정규직 알바의 스마트폰은 시급노동을 얻기 위한 수단이자 스케줄의 유연성을 부여해오기도 했지만, 이는 주로 시간 외 노동 예속을 강화하고 노동 질을 파편화하는 ‘유리감옥’이 된 지 오래다.

산업 자본주의 시절에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사관리나 ‘과학적 경영’ 방식에 기대어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시공간 동작과 동선을 통제하는 기법을 꾸준히 실험하고 개발해왔다. 여기서 기술 혁신과 응용은 과학적 경영을 위한 중요 기제로 채택된다. 예컨대, 무인 생산과 감시 시스템, 출퇴근 자동화와 사무 표준화 등은 과학적 경영을 돕는 중요한 기술 장치들이었다. 반면에 오늘날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자 관리를 위해 소위 ‘알고리즘 경영(algorithmic management)’을 시도한다. 알고리즘 경영은 플랫폼을 매개해 인력 정보들을 수집하고 연결해 필요한 고객에게 매칭하고 노동 수행 과정을 통제하는 자동화 혹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술 기반형 경영 방식을 지칭한다. 여기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계약 노동자들의 플랫폼 활동을 감시 통제하고 고객의 체험 정보를 연산 처리하는 고도화된 자동 명령어 구실을 한다.

|알고리즘 경영은 야만의 경제

편의성 극대화된 알고리즘 경영

플랫폼 브로커들이 수익 독식 구조

추가 비용·위험은 노동자에 전가

노동환경은 점점 더 위태롭게 돼


과학적 경영의 전통과 달리 알고리즘 경영은 자동로봇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간의 직접적 통제나 감시 방식을 대행한다. 배달이나 돌봄 앱 시장이나 카풀 플랫폼을 떠올려보라. 거의 모든 투입 인력들이 플랫폼 기술로 매개되어 실시간으로 배치되고 통제되면서, 프리랜서 자유노동은 사무실이나 공장의 작업 규칙 없이도 쉽게 관리된다. 실제로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직장 고용인이나 상급자가 불분명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흔하다. 가령, 배달라이더는 근로계약서를 쓰는 대신 ‘배송업무 위탁계약서’란 것을 쓴다. 명목상 그들 스스로 개인사업자이자 독립 프리랜서인 셈이다. 플랫폼 안에서 만인 프리랜서가 되는 자유노동의 질서 속에서, 노동계약상 무언가를 책임질 고용주가 사라진 자리에서 플랫폼 브로커나 대행업자가 인력 관리 역할을 대신 하기 시작한다.

플랫폼 브로커는 전통적 고용 계약을 통해 관리 책임을 지는 업주라기보다는, 등록 노동자를 여러 물적 ‘자원’ 가운데 하나로 보고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매칭하는 인력 대행업자 역할에만 충실하다. 플랫폼 브로커들은 기업 비용과 고용 책임까지 지면서 기업가의 지위를 얻길 바라진 않는다. 플랫폼에 등록된 노동자들은 4대 보험은 물론이고 퇴직금조차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노동 위험이나 고용 책임 대부분은 독립 계약자인 프리랜서 노동자들 각자에게 ‘외주화’하는 구조다. 위태로운 노동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익의 많은 부분을 브로커들이 독식하는 불평등 구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플랫폼 소유자이자 운영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알고리즘 경영은 플랫폼 자동화와 지능화에 기대어 주로 인간의 활동과 노동시간을 파편화하고 노동 과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뿐만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과 위험도 플랫폼 노동자에게 자연스레 전가한다.

■ ‘무인’ 알고리즘 경영의 노동 통제

알고리즘 경영은 비정규직 노동권을 크게 침해하는 ‘야만’의 경제 유형이란 점에서 좀 더 주목해봐야 한다. 겉보기에는 플랫폼에서 각자 자유롭게 노동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듯 보인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스마트폰 콜에 의지한 채 건당 서비스로 노동을 외주화하면서 위태롭고 불안한 삶을 이어간다. 대체로 노동자들은 유·무형의 노동, 시간, 자산, 지식을 플랫폼에 위탁하면서도 플랫폼 이익의 정당한 보상은커녕 브로커의 이윤 독식 논리에 압도된다.

알고리즘 경영에서는 애초 브로커가 해야 할 업무가 계약 노동자의 시간과 비용으로 전가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플랫폼 노동 가입 신청, 등록, 주문, 배송 넣기, 배달 확인, 피드백, 수행평가 작성 등은 수시로 노동자가 해야 할 노동 외 시간 허드렛일이 된다. 플랫폼 업자로부터 임명된 직원의 직접적인 노동 통제가 자동화하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는 서구의 노동 플랫폼 통제 모델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반면 국내 플랫폼 문화에서는 배달 대행업자가 여전히 기술적 모니터링과 함께 ‘근태’ 관리, 폭언, 강제 배차 등 전근대적 노동 통제를 함께 행하기 일쑤다. 국내외 노동문화 차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노동은 자동화 알고리즘에 기댄 ‘무인’ 관리 시스템으로 완벽히 수렴될 공산이 크다.

|플랫폼, 생존을 볼모 삼은 족쇄

플랫폼 서비스에서 고객 평점은

노동자 길들이는 ‘훈육 장치’

플랫폼 경제의 포획 논리 맞설

사회적 공감과 해결책 모색해야


알고리즘 경영은 관리자의 개입 없이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술 감시와 통제 구상에 기초한다. 대규모 노동 플랫폼들은 가입 등록 및 관리, 고객 및 배달 콜 배치, 수입 배분, 서비스 과정 등에 자동 알고리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굳이 경영 관리자를 현장에 파견하지 않더라도 우버 등 플랫폼 업자는 앉은 자리에서 전 세계 자사 인력 데이터 분석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받는다. 플랫폼 브로커는 심지어 스마트폰 배차 앱을 통해 자사에 등록된 운전자들의 가속과 제동 장치를 밟는 횟수 등까지도 데이터로 전송해 받아볼 정도다. 그와 그녀의 운전 습관을 고용 평가 항목화하려는 취지다. 어디 그뿐인가. 서비스 콜 건수, 콜 수락 및 거절 비율, 동료 운전자와의 비교 등이 수시로 치밀하게 기록·파악된다.

노동 과정의 알고리즘 관리는 물론이고, 고객의 별점 등 평가 관리 시스템 또한 노동 통제의 중요한 기제이다. 배달, 운전, 돌봄, 청소 서비스 노동을 행한 후 받는 고객의 평가나 별점, 리뷰는 독자 앱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플랫폼 노동에서 고객 평점은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노동자를 길들이는 일종의 훈육 장치가 된다. 회사 보스가 없는 노동 플랫폼에서 평점을 매기는 고객들은 사실상 노동자들에게 중간 매니저나 상급 감독자 정도의 감시 역할자로 다가온다. 그들의 별점 평가가 노동자 성과 측정과 제재를 위한 통제 기술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플랫폼 업자들은 계약 노동자의 활동과 노동을 더 촘촘히 관리하고 예측하기 위한 알고리즘 노동유연화 전략을 끊임없이 구사한다. 즉 소셜봇, 추천엔진, 자동 소프트웨어, 업무 배당과 평가 알고리즘, 고객평가제 등 노동 통제에 뛰어난 보완적 인공지능 기계들의 내적 결합을 계속해 도모한다.

■ 노동자에서 ‘개인 기업가적 소비자’로

오늘날 노동 플랫폼들이 무인 알고리즘 경영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공장이 되면서, 프리랜서 계약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지위는 플랫폼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와 별반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우버는 계약 운전자를 내부적으로 ‘개인 기업가적 소비자(entrepreneurial customer)’로 부르곤 한다. 노동을 그저 소비 행위와 다르지 않게 취급하는 것이다. 노동 해고라는 전통적 개념조차 플랫폼 노동에서는 ‘철회’ ‘비활성화’ ‘종료’ ‘공유 콜 정지’ 등 누군가의 플랫폼 노동 앱 서비스 차단을 시사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플랫폼에서 노동은 그저 사고팔기 위해 거래되는 자원들 중 하나일 뿐이다. 완전 고용 없이 독립 계약만이 존재하는 플랫폼의 세계에서는 이렇듯 인간 노동이 교환 자원이나 소비재 정도로 강등된다.

고용주와의 관계 구조가 사라지고 노동 통제 권력이 알고리즘에 위임되면서 노동자는 이 신생 자동화 기술에 이런저런 오류나 편견이 있어 시정이 필요하더라도 그를 고치기보단 차라리 그것에 적응하는 법을 택한다. 최소 별 다섯 개 중 넷 이상을 유지해야만 ‘비활성화’, 즉 고용 박탈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처지로 보자면, 대부분 더 높은 별점을 받기 위해 기술 통제에 침묵하고 순응하는 노동 행위에 길들여진다. 게다가 노동 현장의 면담이란 것이 대개 e메일이나 인공지능 자동응답 통화 등 기계적으로 접수되고, 인도에 위치한 알고리즘 로봇의 맥락 없는 답변만이 메아리처럼 돌아온다면 더욱 그러하다. 알고리즘 경영 조건에서는 노동자들이 시정을 요구하거나 불평을 행할 대상과의 협상이나 투쟁을 점점 더 포기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차라리 알고리즘 기술과의 타협과 동거를 통해 생존의 방식을 찾게 되는 일이 늘어난다. 경영자와의 협상이 부재하고 플랫폼에 매인 이들은 우리가 알던 그런 ‘전투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아니다. 그들은 플랫폼에서 앱을 두드려 노동을 할 수 있는 콜을 따내야 하고,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겨도 반박하지 못하며, 적응하지 못하면 ‘강퇴’ 조치를 당하는, 이른바 ‘유저’와 비슷한 신세로 전락한다.

이제 무인 자동화 기계에 치이고 고용 관계까지도 흐릿해져가는 이 알고리즘 경영 시대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위태로운 지위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국내 경기 악화로 인해 비정규직 청년 노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플랫폼 노동 시장에 외려 호재가 되고 있다. 노동기본권의 보호 장치 없이 취약한 상태에 내몰린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존과 삶의 조건을 바꾸는 데는 결국 플랫폼들에 대한 규제와 대항 논리 마련이 본질이다. 단기적으로는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적정한 보상체계로부터 소외된 특수고용직 프리랜서들의 노동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동시대 플랫폼 경제의 포획 논리, 즉 단일의 브로커에게 이윤이 몰리고 독점화하는 불평등 소유 관계에 대한 민주적 해결책 또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한 플랫폼 배달대행기사의 절규처럼, 우리의 헐벗은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직시해야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플랫폼 테크놀로지와 노동의 동시대 결합 양상을 관련 노동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공론화하고 위태로운 노동 실태를 파악해 그에 대한 비판적 대안 마련을 위한 열린 논의가 시급하다.

▶필자 이광석

경향신문

이광석은 테크놀로지, 사회, 문화가 서로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로 일한다. 주요 연구 분야는 테크노문화, 미디어·아트 행동주의, 커먼즈, 노동과 테크놀로지에 걸쳐 있다. 대표 저서로 <데이터 사회 비판> <데이터 사회 미학> <뉴아트행동주의>,<사이방가르드> <디지털 야만> 등이 있고, 기획해 함께 쓴 책으로 <사물에 수작 부리기> <불순한 테크놀로지> <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등이 있다.


이광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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