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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구글 vs EU, 끝나지 않는 기싸움…또 2조원대 ‘벌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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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시장 반독점법 위반 혐의 / "자사 광고 상품 고객에 경쟁사 광고 받지 않도록 강요" / 구글, EU 과징금 총 82억유로(10조7000억원) / 美 IT 기업 견제·디지털세 '괘씸죄' 속내도

세계일보

구글이 유럽연합(EU)에 또 거액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이번엔 광고 시장에서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조원에 달한다. 이로써 구글이 EU에 내야 하는 과징금은 총 82억유로(10조7000억원)가 됐다. 공세를 지속하는 EU와 수세임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구글 간의 싸움은 격화할 전망이다.

◆EU “구글, 애드센스 독점지위 남용”…벌금 15억유로

20일(현지시각)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15억유로(1조928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자사 광고 상품인 ‘애드센스’ 고객에게 경쟁 검색엔진 광고를 받지 않도록 계약 조건을 강요한 혐의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구글은 ‘애드센스 포 서치’ 서비스를 통해 검색광고와 웹사이트를 연결해주며, 유럽경제지역(EEA) 내에서 70% 이상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이 같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구글이 제삼자 웹사이트들이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들의 검색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적 조항을 포함해왔다는 것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EU 반독점 법규를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이로 인해 지난 10년 이상 다른 회사들의 경쟁과 혁신을 막고, 소비자들의 편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EU의 이번 과징금 부과에 대해 구글 측은 “이미 EU 집행위의 우려사항에 대응해 광범위한 변화를 줬으며, 유럽 경쟁사들의 검색광고가 더 잘 보이도록 향후 몇개월간 추가 업데이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덧 장기화한 구글과 EU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양상이다. EU는 이번 조치를 포함해 지난 2년 간 구글에 총 세 차례 벌금을 물렸다. 2017년에는 구글이 온라인 검색에서 자사 쇼핑 웹페이지가 경쟁사보다 상단에 노출되도록 했다는 이유로 24억유로(3조1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도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43억유로(5조5000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다만 구글은 EU의 이전 결정에 모두 항소해 현재까지 벌금을 내지는 않았다.

세계일보

◆미국기업 견제, 디지털세 ‘괘씸죄’…EU의 속내

계속되는 EU의 구글 공격에는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하나는 인터넷 시대에 독점적으로 잘 나가는 미국 IT 기업을 향한 유럽의 견제구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IT 기업이 떠오르지만 여기에 유럽은 이렇다 할 브랜드를 내놓지 못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EU로서는 미국 회사들을 일단 공격해야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IT 시대에 유럽 국가들이 계속 침몰하면서 이 같은 적대감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물론 그 이면엔 새롭게 이슈로 부상한 ‘디지털세’ 문제가 있다. 이윤이 나는 곳에 세금을 내야한다는 원리가 IT 업계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어서다. 서버를 외국에 둔다든지 하는 편법을 써서 엄연히 발생하는 매출에 대해 탈세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눈감지 않겠다는 게 EU의 강경한 입장이다.

전 세계에 사업 기반을 둔 IT 공룡의 특성상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례로 구글의 경우 한국 게임 기업들과의 불공정 경쟁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가 손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 교수는 “EU와 달리 우리 정부는 힘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모른 채 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구글과 EU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쉽사리 물러날 기세가 아니어서 외교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EU를 제소한 구글은 최종심까지 가려고 할 것이고 결국 미국 정부가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위 교수는 “금액이 확정되면 집행정지에 가처분신청까지 계속 걸 수 있고, 미 정부가 등장해 이 금액을 아마 조정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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