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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포항 지진 책임자 '업무상 과실·직무유기'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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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사태 때 적용…고의성이 핵심

포항 지진의 원인이 인근 지열발전소라는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나오면서 사건은 형사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1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모성은 대표는 “지열발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방조하거나 은폐한 관련자들을 업무상 중과실 치상 또는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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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항 시민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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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사태 때 적용됐던 '업무상 과실' 거론
포항시에 따르면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은 100여명의 부상자와 80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지열발전소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 또는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중과실로 인해 사람이 다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직무유기를 저질렀을 때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나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태 때 건설업체 안전관리소장 등이 업무상 과실로 처벌을 받았다.

지난 2010년 당시 지열발전공사 발주를 주도한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 실무자들과 지열발전소 임직원, 관리 책임을 맡은 지질자원연구원 및 주관사인 자원개발 탐사 전문 업체 넥스지오 등이 현재 고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예측 가능했나…핵심은 '고의성'
법조계는 형사 처벌의 핵심은 ‘고의성 입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무상 과실죄와 직무유기죄 모두 단순히 업무를 게을리 한 정도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최진녕(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지열발전소가 2016년 물 주입을 시작하면서 수십 회의 경미한 지진이 있었는데, 데이터 분석을 통해 큰 사고가 발생할 걸 알면서도 관계자들이 경제적 이익 등을 위해 지열 발전을 계속됐다면 업무상 과실죄가 적용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법률센터 정남순 변호사는 “발전소를 건설할 당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조사를 범위 내에서 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면 업무상 과실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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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원인. [연합뉴스]




지열발전이 지진에 영향을 줬다는 현재의 조사 결과만으로는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다은(법무법인 월인) 변호사는 “단순히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도로는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진이 날 것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예상하면서도 이를 감수했다는 게 입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성은 범대본 대표도 “형사 고발을 섣불리 했다가 무혐의 처분이 나면 민사 소송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신중히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명확한 책임 규정을 위해 감사 또는 수사 착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지열발전 건설 도중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한 스위스 바젤시는 지진 발생 15분만에 경찰이 시행사를 압수수색했다. 다만 스위스의 경우에도 형사 고발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포항 시민 52만 명 참여하면 9조원대 소송 확대"
이미 진행 중인 민사 소송 규모도 ‘메머드급’으로 불어날 수 있다. 현재 1300여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소송단이 “지진 발생 공포로 인한 정신적 외상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2억원 가량의 소송을 진행중이다. 참가자 1인당 하루 5000~1만원 꼴로 위자료를 산정했다. 집값 하락 등 재산상 손해액이 뚜렷하면 소송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소송단을 대리하는 이경우(법무법인 서울센트럴) 변호사는 “포항시민 52만 명이 전부 소송에 참여하는 걸 전제로 소송 규모가 최대 9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연 이자를 합친 정신적 배상액이 약 5~6조원, 현재까지 추정되는 부동산 피해액(평균 3000만원)이 약 3~4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다만 직접적인 피해가 입증되지 않은 지역 거주민의 경우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사라ㆍ백희연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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