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1 (금)

카톡으로 ‘엄마 행세’한 범인, 범행 뒤 이희진 동생 만났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생 유인해 추가 범죄 시도 의혹

범행일은 부가티 20억에 팔아

5만원권으로 5억원 받은 날

범인, 이씨 부친 벤츠도 훔쳐가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3·수감)씨 부모가 살해된 날 이씨 동생(31)이 부가티 차량을 판매한 대금 중 5억원을 부모에게 건넨 것과 관련해 경찰이 매각 과정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 뒤 이씨 어머니(58) 행세를 한 피의자 김모(34)씨가 이씨 동생을 한 식당으로 불러서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추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씨 동생이 단독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A투자사 명의의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2011년식)’는 중고 수퍼카 매매업계에서 범행일 전에 매각 소문이 퍼졌다. 초고가 희귀 매물이기 때문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부가티와 같은 초고가의 차를 처분할 수 있는 길은 몇 곳 안 된다. 그만큼 이 바닥이 좁고 관심도 많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지난달 25일 이희진씨 동생이 20억원에 매각한 흰색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차량. 현재 성남시의 한 중고 수퍼카 매매업체에 전시돼 있다. [남궁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 동생은 지난달 25일 부가티 차량의 판매대금 20억원 중 5억원을 현금으로 받아 모처에서 부모에게 전달했는데, 이날이 공교롭게도 김씨 일당이 이씨 부모를 살해하고 5억원을 빼앗은 범행일이었다. 이 때문에 김씨 등이 미리 차량 매각 정보를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매각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씨 동생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가 시장에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희망 매도가격은 28억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이 차는 지난달 25일 20억원에 처분됐다. 당일 오전 11시쯤 매각 대금 20억원 중 15억은 회사 계좌로 나머지 5억원은 5만원권으로 이씨 동생에게 지급됐다.

살해된 이씨 부모는 매매 당일 직접 중고차 매장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이씨 동생의 회사 직원이 동행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이씨 동생이 모처에서 부모를 만나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가티 차량은 현재 해당 중고차 매장에 보관돼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 부모가 돈 가방을 건네받은 지난달 25일 오후 4시6분 안양 아파트로 들어오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담겼다. 바로 15분 전인 3시51분 김씨는 고용한 중국동포 3명과 아파트로 들어와 현관에 대기했다. 혼자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5억원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 부분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부부의 집에 현금 5억원이 있다는 사실을 피의자 김씨가 알았을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김씨는 현재 진술 거부권을 행사 중이다”고 말했다. 20일 법원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김씨가 이씨 동생을 유인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씨는 범행 뒤 한동안 이씨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어머니 행세를 했는데, 이씨 동생에게 “OOO씨 라는 잘 아는 사업가를 만나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둘은 실제 이달 초 한 식당에서 실제로 만났다. 당시 둘 사이 오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아직 수사 중이다. 이후 이상함을 느낀 이씨 동생은 실종 신고를 했고, 김씨는 긴급체포됐다. 김씨 측은 “범행을 사죄하기 위해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경찰은 김씨가 이씨 아버지(62) 소유의 벤츠 승용차를 훔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안양·성남=최모란·김민욱·남궁민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