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사설] "지열발전이 포항지진 촉발" 수많은 경고는 왜 무시됐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인근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1년 만에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유발(induced)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내에서, '촉발(triggered)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너머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는 의미에서 용어를 썼다"며 "자연지진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 이상 깊이로 구멍 2개를 뚫어 한 곳에 막대한 양의 물을 주입해 뜨거운 지열로 데우고,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빼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원리다. 정부는 2011년 포항 지진 진앙과 가까운 곳에 지열발전연구소를 선정하고 총 391억원을 들여 1㎿급 발전소를 지었다. 하지만 2016년 발전소 가동 후 2년 동안 63차례나 땅이 흔들리고 진동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주민과 일부 전문가들은 "시추공과 지열발전소 물의 온도 차이가 땅 밑에 균열을 일으켜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대로라면 지열발전소가 직접 단층을 건드린 것은 아니지만, 물이 들어가 작은 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켜 '본진'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예고된 '인재'나 다름없다. 정부가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지열발전에 따른 지진이 프랑스 호주 스위스 독일 등에서 잇달아 발생해 수많은 경고가 쏟아졌는데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조급하게 밀어붙인 것도 문제다. 입지 선정과 시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 성과'에 집착해 졸속 안전점검을 했다면 그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열발전을 영구 중단한다고 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원전 못지않게 신재생에너지 전반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친환경 전기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 및 생명과는 바꿀 수 없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