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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지열발전 물이 단층 자극…두번째 지열정, 포항지진 방아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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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연구단, 1년 정밀조사 결과 발표

“물 주입·배출 과정 유발지진

포항지진 본진 단층면과 일치”

2010년 12월 두개의 지열정 시추

2016~2017년 사이 5차례 걸쳐

물 넣고 빼내…작은 지진들 발생

2017년 4월에는 규모 3.2 지진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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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자연현상인지, 지열발전이라는 인위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마침표가 찍혔다.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포항지열발전 연구 활동 중 지열정을 굴착하고 물을 주입·배출하는 과정에 단층에서 미소지진들이 유발(유발지진)됐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과적으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15일 발생해 1명이 죽고 117명 다치는 인명 피해를 내고 건물 2700여개가 손상되는 등 재산손실 규모도 850억원에 이른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원인으로 포항시 흥해읍에 있는 포항지열발전 실증연구시설의 활동이 지적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3월 국내외 전문가로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조사분석 작업을 벌여왔다.

정부조사연구단이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촉발한 원인이라고 지목한 데는 지열발전 활동으로 유발된 미소지진들이 위치한 평면과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면해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근거였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 단장(서울대 교수)은 “연구팀이 가장 공력을 기울인 것이 진원의 위치 결정이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지열정과 몇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2009년 1월1일 이후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520개 가운데 지열발전 실증연구 부지에서 진앙거리가 5㎞ 이내, 진원 깊이가 10㎞ 이내인 98개를 대상으로 정밀 지진위치 분석을 했다. 그 결과 두번째 지열정(PX-2)으로 물을 주입해 유발된 미소지진이 거의 평면에 가까운 분포 양상을 보이고, 더욱이 이 평면이 포항지진 본진의 단층면해 주향과 경사가 거의 일치함을 밝혀냈다.

포항지열발전 실증연구는 2010년 12월부터 시작해 두개의 지열정을 시추하고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28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1만2800여㎥의 물을 주입하고 7000㎥의 물을 빼내는 수리 작업을 했다. 이 기간 수십차례의 미소지진이 발생했다. 세번째 물 주입이 끝난 2017년 4월15일에는 가장 큰 규모 3.2 지진이 일어났다.

정부조사연구단의 해외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셰민 게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는 포항지진을 유발(induced)지진이 아닌 촉발(triggerd)지진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유발지진은 물 주입으로 인한 압력과 응력의 변화로 암석의 공간적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지진, 촉발지진은 인위적 영향이 최초의 원인이지만 그 영향으로 자극을 받은 공간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규모의 지진으로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의 범위를 벗어났지만 자연지진과 구별하기 위해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말이다.

연구단은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임을 알려주는 증거가 지진 발생 뒤에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첫번째 지열정(PX-1)은 지하 약 4100m까지 영상 촬영이 가능한 반면 두번째 지열정(PX-2)은 3800m 부근에서 막혀 있었다. 포항지진의 단층면을 연장하면 이 심도와 일치한다. 포항지진으로 시추공이 파열됐다는 해석이다. 이 지열정에서 급격하게 수위가 낮아지고 지하수의 화학 특성이 변한 것도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임을 뒷받침한다고 연구단은 밝혔다.

이강근 교수는 “2011년 동일본지진과 2016년 경주지진 등이 포항지진 단층에 가한 응력을 계산해본 결과 포항지진의 단층을 움직일 정도의 응력이 쌓이지 못한다는 결론이 났다”며 “임계응력 상태의 단층을 변화시키면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지열발전 위험관리 방법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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