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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밀레니얼과 Z 사이] 크리에이터의 성공 공식? / 권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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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도연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


오디션 프로그램에 온 국민이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세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무대 위에 혼자 선 지원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와중에 전해지는 춤과 노래에서 시청자들은 쉽게 합격과 탈락을 추측했다. 가수 박진영씨의 ‘공기 반, 소리 반’이 과한 잣대의 대명사처럼 유행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한 심사위원들은 브라운관 너머에 있었다. 누군가의 성공을 예측한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도대체 어떤 크리에이터가 성공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주로 어른들이 묻는다. 공부를 잘하면 좋은 성적을 받고, 노래와 춤을 잘하면 좋은 가수가 되는 게 당연한 이치가 아니었던가. 어느 날 혜성같이 나타나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새롭게 가져갔는데 아무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재미 때문이라는 건 알겠으나 이게 그렇게나 매력 있는 것이냐며 되묻는다. 그들의 끼와 재능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앞선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솔직하게 “저도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말이 맞다. 그러고 나서야 ‘노력’ ‘재능'과 같은 교과서적 성공 공식을 답한다. 아마 크리에이터 본인과 그들을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는 분들께 물어도 비슷할 것이다. ‘나만의 스타’들이 모여 있는 시장에서 각 개인의 취향을 촘촘하게 모두 예측하긴 무리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단 몇초간 매력적인 음색을 보여준다고 스타가 될 수는 없다.

다만 ‘모르겠어요’의 의미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어쩌면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요’랑 같을지 모르겠다. 방에서 공무원 시험 공부 하는 모습을 매일 생방송으로 틀어서 인기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심심한 틈을 타서 찍은 영상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본업으로 양어장 일을 하며 찍은 소소한 길고양이 영상으로 크리에이터가 된 분도 있다. 이렇게 만난 분들은 “취미가 또 하나의 직업이 되었으니, 새 취미를 찾아야겠네요”라며 웃기도 한다.

이쯤 되면 애초에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와, 대중이 크리에이터란 직업에 열광하는 이유가 같은 듯하다.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 내 삶도 꽤나 소소한데 싶은 자신감. 게다가 이런 친근함 속에서 들려오는 금전적 보상의 유혹. 이해하고 또 이해하기에 나는 누구에게나 “꼭 해보세요”라는 추천을 덧붙인다. 무조건 해보는 게 낫다. 남들의 성공전략을 분석하는 것보다 직접 동영상 녹화 버튼을 한번 눌러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업로드 버튼을 클릭하는 그 순간부터 당신은 이미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자사의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분량이 하루에 58만시간이라고 한다.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양이다. 이처럼 매일같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에서 스스로 채널을 개설하고 첫번째 동영상을 올리는 일을 상상해보자. 시작은 생각보다 공허한 일이다. 어쩌면 단 세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홀로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르는 일보다 훨씬 더 고요한 외침일 테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고요함이 크리에이터의 본능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진정한 활약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다시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봤을 때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를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크리에이터는 소비자가 좋아할 콘텐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직업이다. 옆에서 지켜보건대 매번 존경스러울 정도다. 감이 안 잡히는 분들을 위해 조금 사례를 더하자면 고양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춰 거의 바닥 가까이에서 촬영하고, 멍 때리며 강아지의 움직임을 관찰하길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초고화질 카메라로 털 한올 한올 잡아내려 노력한다. 내 시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모두 성공 전략이 달라진다. 요즘 누구나 한번쯤 크리에이터의 삶을 꿈꾼다. 성공한 크리에이터의 삶에 관심이 가는가. 다시 한번 추천하자면 일단 ‘업로드’의 장벽을 먼저 넘어보자. 성공하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고민은 그때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크리에이터의 삶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어쩌면 그 이후부터 지겹도록 해야 할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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