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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왜냐면] 복지관 위수탁 그린닥터스 사태의 교훈 / 남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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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민간 부문 중심으로 사회서비스가 발전해온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정부가 사회복지관을 건립하는 데에 나선 뒤에도 실제 운영은 복지관 위수탁 제도를 통해 민간 법인에 맡겨왔다. 이는 정부가 재정을 담당하고 민간은 전문성을 담당한다는 나름의 역할분담론에 의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를 둘러싼 잡음이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된다는 데에 있다.

위수탁 대상인 복지관은 정부가 건립하여 관할 주민들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주민대표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도 두어야 하는 등 마을 공공재적 속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또 법령상 그런 속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수탁 제도가 마을 공공재로서의 복지관의 특성을 적절히 보장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공공성을 보장할 자격이 있는 법인을 선발하고 그렇지 못한 법인을 걸러낼 기능이 미약하며 위수탁 과정이 지역 정치권에 휘둘릴 가능성마저 있다.

우선 위탁계약기간 5년이 도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선정심사위원회의 심의만으로 재위탁을 결정할 수 있다. 경기 광명시 하안종합복지관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법인이 중앙정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거나 지역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 재위탁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 결정에 복지관 직원이나 지역주민이 참여하지도 못한다. 정부 평가 결과나 평판을 고려하고 민주적으로 재위탁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도 재위탁한다면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어질 것이다.

또 현행법령은 복지관 운영을 수탁한 법인이 관할 지자체와 체결한 위탁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탁계약기간 5년이 되지 않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해 말 부산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의 운영법인으로 선정된 그린닥터스가 보여준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린닥터스는 복지관 운영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과거 법인 시절의 관장을 내정자로 해서 위수탁 심사를 통과한 뒤 별다른 이유도 없이 관장 내정자의 임명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그린닥터스는 복지관을 사유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 명백함에도 관장 내정자의 임명 여부는 심사 때 나온 이야기이고 위탁계약 내용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그린닥터스는 여론이 악화하자 자신들은 관장 내정자를 다시 임명하기로 하고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관할 구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관장 내정자를 임명하기로 했다는 날의 이사회의록은 두 부로, 한 부에는 관장 내정자 임명 내용이 있지만 다른 한 부에는 그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이사회 결의의 진위를 의심케 하는 것은 물론 비영리법인으로서의 자격도 의심케 하는 대목이지만 현행법령은 이런 의심이 있어도 위탁 철회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린닥터스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위탁 철회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위수탁 응모 자격도 일정하게 제한하도록 관련 조항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위수탁 심사 과정에는 지역주민이나 복지관 직원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복지관이 마을 공공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인 교체에 이해관계가 있다. 직원들도 고용승계 대상이므로 이해관계가 있다. 나아가 위수탁 심사에 관련된 자료 중 회의록 등 일정한 자료는 녹취 및 전사 작업 하도록 하여 이를 공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복지관 위수탁 제도는 그 존립 의미에 회의감이 들게 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제도 체계에 대한 논의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복지관 위수탁 제도 개선을 미룰 수는 없다. 위수탁 제도의 합리적인 정비를 통해 사회복지의 공공성이 보장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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