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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유발'과 '촉발' 미묘함.. 포항지진 책임 놓고 '공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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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연관성 있지만 직접원인 아닌 간접원인 결론… 포항주민 줄소송 예고속 '정부 책임 한도' 관심 ]

머니투데이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포항지진정부공동조사단은 이날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원인 조사 발표에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발전을 위해 물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2019.3.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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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포항 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특히 포항 지열발전 사업이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진행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바로 피해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단은 ‘촉발(triggered)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간접적인 영향을 준 만큼 책임 여부를 따질 때 변수가 될 수 있다.

연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땅속에 고압의 유체(물)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촉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단은 발표 과정에서 유발(Induced)과 촉발을 구분해 사용했다. 지질학에서 일반적으로 유발은 직접적 요인을, 촉발은 간접적 요인을 뜻한다. 실제 연구단장을 맡은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대한지질학회장)는 “포항 지진이 자극된 범위를 훨씬 벗어나 ㎞단위 파열이 일어난 지진이라 ‘촉발’이라고 했다”며 “물을 주입한 부피나 압력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지진이 날 수 있다는 여러 발표가 있었는데 포항 지진은 그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이 연관성은 있지만 직접적 요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차이는 앞으로 이어질 관련 소송 결과를 가늠할 큰 변수로 전망된다. 자연지진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난 만큼 피해보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지만 지진과 간접적 원인인 지열발전의 연관도를 어느 정도로 판단 하냐에 따라 책임 여부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단은 유발과 촉발의 차이가 법적 판단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학적 결과에 기반을 둬서 메커니즘을 설명했다”면서도 “법적인 책임은 우리가 판단할 범위는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재 포항 주민 1300여명은 이미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정부와 지열발전 사업 주관기관인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관계자는 “지진 직접 원인을 유발한 포항지열발전소와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대규모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지진 피해는 주택파손 등 물적 피해를 제외하고 1인당 1일 위자료로 5000∼1만원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발표로 소송인단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오늘 조사단이 발표하는 같은 시점에 정부도 결과를 통보받아 조사 결과를 정부도 살펴보고 분석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황이라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말씀 외에 추가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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