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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fn스트리트] 뒤로 가는 금융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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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금융허브 육성전략이 벽에 부딪힌 건가. 이달 국제금융도시로서 서울의 경쟁력이 세계 112개 도시 중 36위 수준에 그친 것으로 평가됐다. 2015년 9월(6위) 이래 순위가 줄곧 뒷걸음질하는 형국이다. 최근 영국계 컨설팅그룹 Z/YEN이 작성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25호' 보고서에서 드러난 결과다.

GFCI는 세계 도시의 국제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수다. 비즈니스 인프라와 인적 자원, 금융산업 발전 등을 종합평가해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된다. 이달 조사에서도 뉴욕(1위)이나 런던(2위), 홍콩(3위), 싱가포르(4위), 상하이(5위) 등 전통적 금융허브들의 아성은 공고했다. 반면 2015년 서울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IFC)가 완공돼 외국 금융사가 다수 입주할 무렵 6위까지 올랐던 서울은 아시아·태평양 도시 중에서도 13위에 머물렀다. 부산의 세계 순위는 46위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서울과 부산을 금융허브의 두 축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야무진 청사진은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이번에 Z/YEN 그룹은 GFCI 순위를 발표하면서 10위권 밖 도시들에 대해선 별다른 논평조차 내놓지 않았다. 금융허브를 논할 깜도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는 우리가 산업·금융정책의 추진 경로를 혼동한 대가일 수도 있다. 제조업은 한 지역에 지나치게 몰리면 환경오염 등 외부불경제나 물류비용 증대 등 집적의 불이익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허브 육성은 이와 다르다. 허브는 자전거 바퀴의 살이 모여 있는 중심축이다. 이런 본뜻과 달리 우리 금융기관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문제다. 각종 금융기관은 차치하고 국민연금공단 등 금융시장의 '큰손'인 공기업들을 혁신도시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지방에 이전하면서다. 현재 두 개의 금융허브가 안착한 나라는 거대 시장인 미국(뉴욕·시카고)과 중국(홍콩·상하이) 정도다. 그런데도 제3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등 정치논리가 계속 개입된다면 금융허브가 앞으로 굴러갈 리가 만무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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