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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유레카] ‘낭랑 18세’는 정치적 미숙아? / 신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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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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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가수 백난아는 박시춘이 작곡한 ‘낭랑 18세’를 불러 히트했다.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 누굴 기다리나 낭랑 18세….’ 소쩍새 울면 돌아온다는 떠나간 임을 기다리는 열여덟 소녀의 마음을 담은 노래는 2000년대 들어서도 리메이크됐다. 드라마 소재로도 변주됐다. <한국방송>은 2003년 단막극 <낭랑 18세>를 제작했고, 2004년엔 16부작 미니시리즈로 전파를 탔다. <제이티비시>(JTBC)는 오는 7월 <열여덟의 순간>이라는 월화드라마를 선뵐 예정이다. 위태롭고 미숙한 청춘들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감성 청춘드라마란다. ‘밝고 환한 18살’, 젊음을 한창 즐길 호시절이다.

민법 807조(혼인적령)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만 18살이면 국방, 납세, 근로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도 장애가 없다. 유독 선거권만 가로막혀 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선거권을 18살로 내리라고 권고했고, 각 정당이 앞다퉈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현실은 2008년 제18대 총선 때 만 19살로 낮춘 뒤 10여년째 제자리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만 18살이 돼도 선거권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20살을 고수하던 일본조차 2015년 6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18살로 낮췄다. 오스트리아, 독일, 스코틀랜드 등은 ‘16살’부터 투표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3·1 운동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돼 모진 고문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순국한 유관순 열사(1902.12.16~1920.9.28)도 18살이었다. “저도 영화를 하기 전엔 잘 몰랐는데…, 18살의 소녀들, 청년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 아팠다.”(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김예은 배우)

최근 여야 4당이 선거권을 18살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자유한국당만 ‘학교의 정치화’를 이유로 반대한다. 약 60만명이 새로 선거권을 갖는 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자유한국당의 셈법에 18살 젊은이들이 ‘정치적 미숙아’로 묶인 셈이다. 축구선수 이강인은 19일 국가대표로 선발돼 ‘벤투호’에 합류했다. 그도 만 18살이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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