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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리동네는 지진 괜찮을까?”…지열 발전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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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발전을 둘러싼 시민들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 조사연구단(이하 조사단)이 20일 포항 지열발전소가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을 촉발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지열 발전 전반에 관한 불안감이 고조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포항 외에 다른 곳에도 지열발전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열 발전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올해 1월 29일 공개한 ‘2018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선 지열발전의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포항 지열발전소 외엔 아직까지 지열발전소가 건립된 곳이 없다는 얘기다. 2010년부터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로 추진돼 2012년 착공된 포항 지열발전소의 경우 90% 완공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됐다.

지질 전문가들은 "향후 지열발전소를 설립을 추진하더라도 기초 지질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안전한 지역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 지열 발전이란?…자연 지열수 아닌 인공 저류 방식이 화근

지열 발전은 별도의 연료 없이 뜨거운 지열수를 이용해 전력과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을 뜻한다. 190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이탈리아 지열발전소가 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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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발전에 사용되는 자연 지열수 순환 모식도. /2018 신재생에너지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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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화산지대의 자연 지열수를 이용해 왔으나 포항의 경우 좀 달랐다. ‘인공 저류 지열발전(EGS)’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화산지대가 아닌 포항에서 아시아 최초로 메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하려던 것이 문제가 됐다.

EGS는 시추장비를 이용해 땅속 암석을 깨뜨린 뒤 인공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저류 층)을 만들어 물을 주입하는 방식인데, 땅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이 자극돼 지진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스위스에서 지열발전소 건립을 위해 땅속에 물을 주입하다 유발지진이 일어난 사례가 있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포항지진 진앙과 포항 지열발전소는 600m 떨어져 있었다"며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한 시기를 봐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진한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열 발전소 설립 자체가 위험하다기 보다는 안전한 지역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지열 발전소를 설립을 추진할 땐 기초 지질조사를 철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지열 발전에 국비 784억 투입…국내 설비용량 대부분은 지열히트펌프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지열 발전에 총 784억원 규모의 국비가 들어갔다. 국비는 주로 지중열교환기, 열공급시스템 기술개발에 주로 사용됐으며 2005년 이전엔 지열히트펌프(GSHP) 개발과 냉·난방 위주의 기술 개발이 주로 이뤄졌다.

지열히트펌프는 지하와 대기의 온도차를 이용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기술로, 고온 열수가 필요 없기 때문에 특별한 지역 제약이 없다. 2017년 말 기준 지열히트펌프의 총 설비용량은 103만6654kW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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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전 세계 국가별 지열 발전 설비 보급 현황. /2018 신재생에너지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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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현재 가동 중인 지열 발전소가 없다. 지열 에너지 직접 이용 설비용량의 90% 이상이 지열히트펌프다. 지열 에너지 이용량 면에서도 지열히트펌프가 78%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열히트펌프 설치 사례로는 세종시 정부청사를 꼽을 수 있다. 20MW 이상 규모로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건물 전체 연면적(60만7555㎡) 냉난방 부하의 38%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지열 발전소는 2016년 1월 기준으로 13.3GW가 보급된 상태다. 미국지열협회(GEA)에 따르면 5년 후엔 14.8GW에서 최대 18.3GW까지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 지열 발전 설비가 가장 많이 보급된 국가는 미국(3567MW)이다. 2위는 필리핀(1930MW), 3위는 인도네시아(1375MW)로 동남아 국가에서도 지열 에너지를 많이 이용한다. 다음은 멕시코(1069MW), 뉴질랜드(973MW), 이탈리아(944MW) 순으로 집계됐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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