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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기자의 시각] '핌토'·'님토' 정부의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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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혹시 왜 코레일이 새 열차를 주문하기 어려운지 아시나요?" 이 질문을 던진 한 교통 전문가의 분석은 이랬다. 공기업인 코레일의 사장 임기는 3년이다. 그런데 주문을 넣고 열차가 제작돼 선로를 달리려면 3년은 넘게 걸린다. 자기 임기에는 열차 값만 치르고 새 열차는 다음 사장 임기에나 나오니 굳이 열차를 주문할 이유가 있겠냐는 것이다. 새로운 열차가 도입되면 고객들에게는 좋겠으나, 자기 임기 내에서는 '부채가 많아졌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일리 있는 분석이었다. '임기'가 정해진 리더가 미래를 준비하기는 그만큼 어렵다.

일개 공기업이 아닌 정부로 그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도 사회보험 혜택을 늘리자고 하면서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의 '재정' 상황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매년 건보료율(월급에서 건보료로 내는 비율)을 조금씩 올리더라도 2027년쯤 고갈된다고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적립금을 유지하려면 법까지 개정해 건보료율을 2027년엔 8.38%까지 올려야 한다. 건보 보장 범위를 넓히는 문재인 케어가 만들어낸 '추가 비용'에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로 2027년 이후에도 건보료율 인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2년이 돼 문 대통령이 물러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도 직장인들은 매해 불어나는 건보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지난해 건강보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5년 단위 건보 종합 계획을 내놔야 했다. 여기에는 중장기 건보 재정 전망과 관련 대책 등이 담기게 된다. 작년 9월까지 종합 계획을 세워야 했는데 아직도 만들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중장기 재정 전망'이 얼마나 먼 미래까지 예측할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용기를 내 "미래 세대도 국민연금 혜택을 보려면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4지선택' 제도 개선안에는 심지어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안도 담겼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에 고갈된다.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보험료를 걷어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때는 소득의 20~30%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생색내는 지출은 임기 내로 당겨서 욱여넣는 핌토(Please In My Term of Office), 계산서는 전부 임기 이후로 돌리는 님토(Not In My Term of Office) 정부에 이런 젊은 세대의 우려가 들리기나 할까.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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