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권’이란 집권당의 언론자유 위협은 이율배반
불만 기자에 ‘매국’ 비난은 언론자유 위협, 철회해야
그러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에 이어 아시아 출신 미국 언론인 모임인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AAJA)의 서울지부도 논평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AAJA는 “해당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협들은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앞서 SFCC도 “이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당이나 정치인도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시할 수있다. 하지만 기자가 한국인이건 아니건, 블룸버그라는 통신사를 통해 보도된 이상 절차를 거쳐 적절한 방법으로 보도에 대응했어야 했다. 기자가 한국인이란 점을 콕 짚어 ‘매국’ 이라고 비난한 건 기자의 취재·보도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폭력’이다. 미국인 기자가 썼더라도 이런 식의 비난을 했을 것인가. 또 AAJA는 “일부에서의 ‘검은 머리 외신기자’라는 표현에는 한국 기자가 외국 언론사 소속으로 취재활동을 하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집권당의 이런 대응이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대통령은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이라도 되는 듯한 인식이 그들 스스로 그토록 비판해 온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에 박정희 정권지지 철회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이 제명됐다. 1986년 야당이던 유성환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시(國是)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옥고를 치러야 했다. 집권 민주당은 이런 독재 정부에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을 해온 걸 평생 훈장처럼 내세우며 스스로를 ‘촛불정권’이라 칭하고 있다.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해온 지난날 자신들과 지금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한번 설명해 보길 바란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었다. 당시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공인과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 감시는 대단히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언론의 자유는 단지 민주주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경구를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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