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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기고] 징용문제에 대한 정부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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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일관계의 악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징용공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대응조치를 취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먼저 우려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한국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한일 경제는 상호의존성이 심화돼 일본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제적인 손실 이외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생기는 외교안보의 위험요소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우선 한일관계의 악화로 인해 식민지시대 피해자 문제가 해결 안 된 상태로 남겨질 수 있다. 지금 양국은 상대방만 탓하면서 돌진하는 기관차와 같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작심한 듯이 연일 강경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압박만 하지 문제를 풀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도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입장 이외에는 뚜렷한 방침을 내놓지 못한 채 상황이 변하기만을 바라는 듯하다.

문제는 한일 양국이 서로 충돌하더라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있다. 대법원의 판결대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더라도 그 숫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수 있다. 게다가 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식민지 시대의 불법에 대한 위자료 성격을 띠고 있다면 징용공으로 그치지 않고 일본 식민지 시대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피해자 보상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한일관계가 우호관계로 복원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한일 양국은 국제환경 속에서 서로가 필요하다는 전략적인 고려가 있었기 때문에 대립하더라도 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었다. 현재의 한일 양국은 상대방을 자국의 정책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 전략적인 타협을 어렵게 한다. 아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문재인정부도 일본의 방해로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실패했다고 책임을 전가할 정도다. 앞으로 한일관계의 악화는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 외교와 안보(대북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국제관계에서도 한일관계 악화로 많은 코스트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징용공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만 한일관계 악화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일관계 악화의 부작용으로 반일·반한의 메커니즘이 양국 국내 정치에서도 재생산돼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의 진전을 앞둔 한국으로서는 국제관계에서 힘을 모을 수 있는 우호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해결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벌써 해결책을 마련해 놓았건만, 정부의 결단이 없어 실행을 못할 따름이다. 문정부는 1965년 기본조약에 의거해 한국 정부가 보상안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사법부의 판단에 의거해 일본 기업이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함으로써 대일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어떤 방침을 내리더라도 국내외적으로 갈등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징용공 방침이 세워지면 한일 소통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 올해 6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셔틀외교 복원이 시급하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일본과의 대북 공조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한일관계 악화는 미·북 타협의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한일 양국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역할 분담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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