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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마존 흡혈 메기와 강 돌고래의 이상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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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돌고래 피부에 최대 231마리…기생 아닌 편승 수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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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강 등 남아메리카의 열대 하천에는 ‘칸디루’란 수수께끼의 물고기가 산다. ‘강물에서 오줌을 누다가는 이 작은 물고기가 오줌 줄기를 타고 요도에 침투한다’는 으스스한 소문의 주인공이다.

‘흡혈 메기’ 또는 ‘뱀파이어 메기’ 등으로 불리는 이 민물고기는 대중에게 악명 높은 공포의 대상이지만, 생태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남아메리카에 약 40종이 알려진 칸디루는 다른 물고기에 기생해 피를 빨거나 점액 또는 비늘을 뜯어 먹고, 오줌 성분에 이끌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 피해는 극히 드물고, 1997년 한 사람의 요도에서 발견된 일도 논란거리이다.

칸디루와 다른 동물의 관계에 관한 드문 연구결과가 나왔다. 클라리야나 아라우주-왕 브라질 생물학자 등 브라질과 캐나다 연구자들은 아마존강돌고래가 칸디루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해양 포유류 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아마존 강과 나란히 대서양으로 흐르는 투카치스강에서 3년 동안 아마존강돌고래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칸디루가 돌고래 몸 표면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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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구간은 강이 댐으로 가로막혀 다수의 강돌고래가 몰려있는 곳인데, 29마리의 돌고래 피부에 최대 231마리의 칸디루가 붙어 있었다. 돌고래 마리당 평균 16마리, 대개는 1마리의 칸디루가 피부에서 발견됐다.

이들 칸디루의 크기는 2.5∼3.5㎝로 머리는 작고 반투명하고 길쭉한 몸매였으며 눈은 머리 뒤에 위치했다. 연구자들은 “칸디루들이 물고기에서와 달리 자유롭고 빠르게 몸 주변에서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피부 속에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부착한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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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또 “칸디루가 붙은 돌고래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았고 돌고래가 이들을 떼어내려는 행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칸디루는 특별한 해를 끼치거나 이득을 주지 않고 단지 강돌고래를 멀리 이동하는 편승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칸디루가 붙은 돌고래 가운데 성별이 확인된 23마리 중 22마리는 덩치가 크고 멀리 이동하는 수컷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관찰된 칸디루와 돌고래의 상호관계가 댐 때문에 강돌고래가 많이 모인 구간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laryana Ara?jo-Wang, Ecological interaction of a “parasitic” candiru catfish and botos (Inia geoffrensis), Marine Mammal Science 1?8 (2019). DOI: 10.1111/mms.1259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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