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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취재일기] 마린온 사고 위령탑 제막식 외면한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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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성운 정치팀 기자


지난해 7월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김정일 대령, 노동환 중령, 김진화 상사, 김세영 중사, 박재우 병장(이상 추서계급) 등 5명이 순직했다. 지난 16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는 마린온 추락사고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이 열렸다.

제막식에는 순직 장병들의 유가족을 비롯해 국방차관, 해군참모총장 등 군 관계자 230여명이 참석했다. 국회의원도 3명이 참석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명재·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볼 수 없었다. 7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아무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해병대에서는 여야 국방위원들에게 모두 참석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에대해 하태경 의원은 “청와대와 여당은 군에 대한 푸대접이 체질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의 마린온 푸대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17일 사고가 났을 때 영결식(7월 23일) 직전까지 일주일간 조문 인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도 분향소나 영결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야당인 한국당에서 당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이주영 국회부의장, 국방위 간사 백승주 의원 등 주요 당직자들이 찾아간 것과는 대비가 됐다.

뒤늦게 영결식에 찾아온 김현종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은 격앙된 유족들에 막혀 입구를 넘지도 못했다. 유족 측은 “조문 기간이 지나 뒤늦게 영결식장을 방문한 것은 조문이 아니라 모욕”이라며 김 비서관을 돌려보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운함을 호소하는 건 마린온 유족뿐이 아니다. 지난해 3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3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했을 때도 천안함 유족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 일정상 불참했지만, 그동안 쌓인 감정의 골은 깊었다. 고 문규석 원사의 어머니 유의자씨는 “세월호도 가슴이 아프고, 천안함도 가슴이 아픈 사건”이라며 “그런데 천안함에 대해선 대통령님이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말 한마디 해서 어디 덧나느냐”고 말했다.

군에서는 청와대가 유독 군 관련 사고에 대해선 무심하다는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타운에서 불이 났을 때 22시간 만에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것을 거론한 군 관계자는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인데, 최고 통수권자로부터 민간 사고보다 낮은 대우를 받는다면 과연 힘이 나겠느냐”고 토로했다.

유성운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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