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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어정쩡한 공시가격 인상…‘세금폭탄’은커녕 관망세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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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현실화율 높지 않아 다주택자들 ‘버티기’ 공고화

불확실성 제거로 이후 집값 되레 반등 전망까지 나와

고가주택 겨냥에 형평성 논란…산출방식 투명화 지적도

지난주 발표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어정쩡하게 인상되면서 정책적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줄이면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올렸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유세 부담을 느낀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정작 공시가격 상승률이나 현실화율이 높지 않다 보니 다주택자들의 ‘버티기’가 공고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금폭탄론’과는 다른 분위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고가주택 등 특정 가격대만 겨냥하다 보니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집값 하락? 반등할 수도

올해 서울 지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4% 넘게 올랐다. 2007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조용하다. 18일 복수의 공인중개사들은 “공시가격 인상은 예고됐던 것 아닌가. 집값이 수억원 올랐는데 세금 조금 오른다고 집을 내놓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호가가 떨어졌는지를 묻는 매수자들의 상담전화는 있었지만 이전보다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집주인들은 거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시장에서는 단독주택과 토지에 이어 공동주택까지 공시가격이 확정되는 오는 4월 말을 집값 향방의 변곡점으로 꼽아왔다. 재산세의 과세 기준일은 매년 6월1일로, 5~6월 주택 매매거래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14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사전열람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관망세가 더 짙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9억8000만원이었던 잠실 ‘엘스’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올해 11억원으로 올랐지만 재산세는 100만원 정도”라며 “대개는 ‘버틸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학계에는 조세가 일시적인 심리 위축으로 집값에 영향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이후 집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예상보다 강도 낮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놨을 때도 집값은 폭등했다”며 “공시가격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은 커져

정부가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12억원(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올린 현실화율이 본래 공시가격 현실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같은 지역, 같은 단지이거나 시세가 비슷한 주택들이 각각 다른 공시가격으로 공시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소 무리가 있었더라도 현실화율을 일괄적으로 맞췄어야 했다고 말한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정부는 고가주택만 시세반영률을 올리는 방식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했다”며 “사실상 고가의 토지와 고가주택 소유자에게만 불이익을 준 것이어서 전반적인 조세저항은 아니더라도 일부의 반발은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연구부장은 “조세 징수에 대한 목적이 투명하고 공정한 관계에서 이뤄지면 문제가 없지만 특정 부분을 타깃으로 한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공시가격에 대한 현실화율이 동일하지 않은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화율 산출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교수는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공시가격을 어떻게 분석했고 지역별·유형별로 어떤지, 분석할 때 사용한 실거래가 데이터 등을 공개한다”며 “우리나라는 산출방식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평균 인상률이나 현실화율만 공개하니 형평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현실화율을 더 올려야 하는데 총선이 예정돼 있는 등 정치적 문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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