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급매물 많은데 대출 묶여 못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택 매수자들 '자포자기' 집값 하락폭 커질지 관심


#.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후반의 장모씨. 장씨는 현재 대출 2억원을 끼고 매매가 5억원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장씨는 최근 정부가 아파트 공시지가를 올리면서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내놓으면 10억원대 수준의 서울 강남이나 목동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막상 일부 급매물을 사려고 하니 서울은 정부 규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낮아졌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신용대출도 힘들어져 돈을 구할 구멍이 사라졌다. 분양을 받으려고 해도 유주택자라 당첨이 힘들고, 그나마 당첨이 돼도 규제 때문에 잔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거래절벽' 상황 속에서 세금부담 급증과 대출규제가 지속되면서 '비자발적 거래포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급매물이 등장해도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매수자가 적어 실제 거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도자가 집을 급매로 내놓아도 정부의 대출규제로 자금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 집값 하락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월 매매 거래량(17일 신고일 기준)은 862건으로 하루 평균 50.7건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3월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572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래 3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거래절벽에 이어 거래동결 수준으로 거래가 없는 이유는 매수자의 구매능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주택자의 경우 대출규제로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추가로 집을 사기 어렵다. 무주택자도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어 지난해 크게 오른 집값을 감당할 만큼 자금융통이 쉽지 않다.

실제 서울은 투기과열지역이라 집을 사기 위해서는 대출이 40%밖에 안 나온다. LTV가 70%인 시절에는 잔금대출 2억원을 낀 5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실수요자의 경우 급매물이 쏟아지면 마포나 용산, 강남 등 10억원대 아파트로 한 단계 점프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엔 대출 자체가 막히면서 급매물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때문에 일각에선 현 부동산시장이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눈치보기' 장세가 아닌 매수자의 매수 능력이 없는 '자포자기 장세'라고 보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의 경우 대출이 원천적으로 막혔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매도자들도 집을 내놓을까 고민이 많다"면서 "하지만 매수 능력이 있는 매수자가 많지 않다 보니 집을 팔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집값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나마 금리가 아직 낮아 매도자들의 경우 한계상황까지는 가지 않고 있어 버티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경우 경기침체가 심해져 사업이 힘들어지면 갑자기 집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그럴 경우 집값은 더욱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갑자기 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지금보다 더 가격을 낮춰서 급매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