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초기 10명이던 뉴질랜드 테러 동영상 시청자, 순식간에 수백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SJ "페북·유튜브, 대처 나섰지만 녹화·재가공 거쳐 계속 유통"

"'온라인 생중계' 시대 동영상, 근절 불가능"

연합뉴스

무장경찰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무슬림 묘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생중계 초기에 10명이었던 뉴질랜드 이슬람사원의 총기 테러 동영상 시청자가 삽시간에 늘면서 수백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일단 한 번 방송된 동영상의 운명에 대해 정보기술(IT) 공룡들이 거의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테러 용의자 브렌튼 태런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있는 아카이브 버전(저장된 데이터 파일)에 따르면 그가 헬멧에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총기 난사 장면 생중계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은 당시 콘텐츠 감시팀이 그러한 영상을 실제 테러 행위로 판단하고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경찰도 라이브 스트림(동영상 생중계)이 시작된 직후 경고를 보내왔다.

소셜미디어 정보 회사인 스토리풀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중계가 끝난 지 불과 수 분 만에 태런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테러 이후 24시간동안 150만 개의 테러 동영상 복사본을 차단하거나 삭제했다.

이 가운데 약 80%는 업로드되는 사이에 차단됐다.

유튜브 역시 문제의 동영상 포스팅 수만 개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본 동영상이 재빠르게 삭제됐는데도 복사본 동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뉴질랜드 총격 테러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법정에 출두한 모습. [EPA=연합뉴스]



이 동영상은 녹화·재가공을 거쳐 페이스북·유튜브 같은 주류 플랫폼은 물론 좀 더 규제가 느슨한 사이트, 그리고 특별한 소프트웨어로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의 가장 어두운 영역에 다시 포스팅됐을 것으로 WSJ은 추정했다.

WSJ은 "이 동영상의 방대한 복제는 온라인 생중계 시대의 냉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바로 이 동영상들은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는 유해 동영상을 감지해 삭제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 감시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실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선전물을 근절하는 데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원본 동영상이 조작된다면 이런 기술을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 일례로 뉴질랜드 테러 동영상을 1인칭 총쏘기 게임(FPS) 영상처럼 편집한 버전이 비디오게이머들의 메신저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 원본이 아니라 스마트폰 카메라 등으로 재촬영한 녹화본은 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걸러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음향 탐지기술까지 동원하고 있다.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생중계의 경우 대처가 더 어렵다. 실시간 감시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허구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다른 각도에서 잡힌 총의 이미지는 감지하지 못한다.

테러범 태런트가 범행 직전 극우 성향의 익명 게시판 '8챈'(8chan)에 선언문과 함께 라이브 스트림 링크를 올린 것도 이 동영상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데 한몫했을 것으로 WSJ은 분석했다.

조앤 도너번 미 하버드대 쇼렌스타인센터의 기술과 사회변화 리서치프로젝트 소장은 이런 게시판 이용자들은 누군가 잔혹 행위를 저지를 것이란 걸 알게 되면 관련 동영상을 미리 내려받은 뒤 다시 올리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WSJ은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2분짜리 뉴질랜드 테러 동영상이 여전히 페이스북에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sisyph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