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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기고] 위기의 車산업, 해외 투기자본에 흔들려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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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 등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업체와 협력사를 가릴 것 없이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다. 완성차 업체의 어려움은 중소 부품 협력사로 그대로 전이되는 실정이다.

자동차 불모지인 국내에서 부품 협력사들은 완성차 업체의 성장과 함께 발전하고 위기를 견뎌왔다. 완성차 업체가 품질과 상품성을 인정받아 해외에 진출할 때 협력사도 동반진출을 하고, 최근 전기차·수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상용화에 있어서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했다. 단기적인 이익관계를 넘어 사실상 '공동운명체'로서 협력관계를 이어온 것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그야말로 격변기다. 전기차·수소전지차 등 전동화,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패러다임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공유경제 활성화 등에 따른 전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에 대응해 미국 GM, 독일 BMW·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사상 최대이익 달성에도 불구하고 공장 폐쇄와 자동차 라인업 축소,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통해 전동화, 자율주행기술 등 미래차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역량과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도 변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 미래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격변기에 있는 자동차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통한 독자 기술 확보 및 시장 선점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부품사들 역시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며 새로운 자동차산업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체력과 도전 마인드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 단기 투기자본인 엘리엇이 현대자동차 등에 당기순이익의 2~3배가 넘는 수준의 배당을 요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넘어 도를 넘어선 행태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 이익적 시각에서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엘리엇의 요구는 누가 봐도 무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업의 미래 투자에 쓰여야 할 대부분의 자금을 배당에 지출하고 나면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존속마저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투기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선임된다면 단기 성과만을 중시해 부품 협력업체와의 장기적 협력관계가 후순위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의 저가 부품업체로 거래전환을 요구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반 자체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403만대로 2015년 456만대를 기점으로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순위에서도 5위에서 7위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일감 부족으로 부품업체 줄도산과 이에 따른 심각한 고용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이해관계자에는 주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과 협력업체도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기 배당 등 주주이익만 치중할 경우 투자여력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협력업체는 장기 발전을 위한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완성차 업체, 부품 협력사, 주주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힘을 모아 직면한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할 때다.

단기 투기자본의 사적 이익을 위한 과도한 배당 요구나 일부 펀드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는 사외이사 선임 요구로 국가 산업 전체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새로운 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적기 투자를 통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동차 업계의 관심과 주주들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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