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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자수첩]재건축 전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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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라고 강요하더니 이제는 정비사업 전(全) 과정에 개입한다고 으름장이네요. 도대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발표한 ‘도시 건축 혁신안’에 대한 정비사업지 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적용하는 ‘사전 공공기획’이 민간 사유재산 침해를 넘어 전체 사업 일정을 늦추게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제도 취지는 나쁘지 않다. 서울 지역 내 획일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탈피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새로운 건축디자인을 만드는데 공공이 돕겠다는 것이다. 구릉지, 역세권 아파트 단지 등 각 지역 특성에 맞게 맞춤형 지원에 나서면 정비계획 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보다 절반(20개월→10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논리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국 서울시가 정비사업 첫 밑그림을 그리는 건축물의 기본 골격인 용적률·높이 뿐만 아니라 주변 공공보행로, 건물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지 주민들이 원할 경우 함께 진행하는 가이드라인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많다. 정비사업 조합들의 정비계획안을 심사하는 시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심의 등 중요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울시 입맛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해 말 공공주택 8만가구 공급 일환으로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활용해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기로 했다. 이번 규제가 ‘옥상옥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대폭 강화된 안전진단 등을 통과해 겨우 정비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첫 계획 단계에서부터 공공 기획을 적용한다면 결국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단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래 100년의 서울 도시 경관이 결정되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도시·건축 혁신안을 밀어붙이는 서울시. 어쩌면 지금 단계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가 아닐까. 도시계획 최종 결정권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지만, 그곳에 사는 건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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