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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람들] 日최대 변호사단체 첫 외국국적 부회장 된 백승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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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신으로 오키나와 이주…외국국적·장애 어려움 극복

인권 등 담당 부회장…"일본, 차별없는 사회 되는 계기 됐으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제가 부회장이 된 것이 일본 사회가 차별 없는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일 일본 최대 변호사단체인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의 부회장으로 선출된 백승호(57) 변호사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서울 출신으로 12살 때인 1974년 가족과 함께 일본에 온 백 변호사의 국적은 한국이다.

어릴 적 장애로 한쪽 팔을 잃은 그는 장애와 국적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을 딛고 일변련의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회원 수가 4만1천159명이나 되는 일변련에서 백 변호사처럼 외국 국적자가 부회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백승호 일본변호사연합회 부회장
[사진출처 교도]



백 변호사는 "한국을 대표해서 부회장이 된 것이 아니다"면서 "(내가 소속된) 효고(兵庫)현 변호사회의 추천을 받아 부회장에 당선된 것이라서 조심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 국적의 선배 변호사들이 길을 열어준 덕분에 일본에서 한국 국적 변호사들이 활동할 길이 열리게 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국적이나 장애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열린 조직인 일변련이 나를 부회장으로 받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5명의 부회장 중 1명으로, 회장을 보좌하는 것이 역할"이라면서도 "외국 국적자와 장애인의 입장에서 적절한 의견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을 떠나 가족들과 함께 오키나와(沖繩)에서 새 보금자리를 잡은 그는 1985년 류큐(琉球)대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당시에는 재일교포로서 차별을 딛고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 주목하기도 했다.

이후 백 변호사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 국적 혹은 '조선' 국적 변호사들은 200~300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백 변호사는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LAZAK) 대표, 효고(兵庫)현 변호사회 회장 등을 맡으며 재일 한국인 사회 뿐 아니라 일본의 변호사 사회에서도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 변호사는 일변련에서 인권 옹호, 국제 인권문제, 해외 교류, 사형 문제 등을 담당하는 부회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내가 부회장이 된 것이 외국 국적자에 대한 이해를 넓혀 차별 없는 일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등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같은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일본변호사연합회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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