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서 일자리 구하러 가면 물 끼얹으며 "얼씬대지 마라"
지난 7일 베네수엘라와의 접경 도시 콜롬비아 쿠쿠타 시청 인근에서 만난 베네수엘라 소년 프란시스코(12)는 노점을 차려놓고 베네수엘라 화폐를 직접 접어 만든 바구니와 핸드백, 지갑 등을 팔고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지폐 공예품' 만드는 법을 배웠다"면서 "100볼리바르(과거 1만원) 구화폐 650장으로 만든 핸드백은 3만5000콜롬비아페소(1만2000원)"라고 했다. 재료인 지폐는 1㎏(약 1000장)에 1만페소(3500원)를 주고 산다고 했다. 연(年) 170만%에 달하는 초(超)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종잇장만도 못해진 것이다.
유흥가인 셉티마 거리에선 몸을 팔려는 베네수엘라 여성 수백 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본지 인터뷰에 응한 안드레냐(20)씨는 "베네수엘라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다 두 달 전 넘어왔다"며 "고향에선 어떤 직업이든 월급으로 소고기 500g밖에 못 사지만, 이 일은 한 번에 3만~4만페소를 받으니 숙식은 해결된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에선 변호사나 경찰, 교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자녀 등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미는 물론 미국, 스페인까지 성매매를 하러 떠나고 있다.
또 다른 베네수엘라 여성 웬디(27)씨는 "청소부나 가게 점원 같은 일을 하려 해도 콜롬비아 사람들이 받아주질 않았다"며 "'베네코(베네수엘라인을 낮춰 부르는 말)'라며 물을 끼얹기도 했다"고 울먹였다. 콜롬비아 가게 주인들은 마치 짐승을 쫓아내듯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가게 앞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주부들은 결혼반지, 은수저 같은 가보를 다 내다 팔다 못해 모유를 짜서 외국 산모들에게 팔고 있다. 일부 베네수엘라인은 고철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이웃이나 점포에서 훔쳐 장물을 내다 팔면서 범죄율이 치솟고 있다. 심지어 일부 베네수엘라 부모들은 절망 속에서 어린 자녀 중 일부를 콜롬비아인 등에게 팔아넘기기도 한다고 최근 BBC는 보도했다.
[쿠쿠타=안상현 콜롬비아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