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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北 ‘로켓 발사’하면 美 '화염과 분노'로 대응하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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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이 곧 위성용 로켓 또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과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위성용 로켓과 탄도 미사일이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이 위성용 로켓을 발사해도 이는 북·미 간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히 소집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화염과 분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2017년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 등으로 도달했을 당시에 ‘화염과 분노’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었다. 북한이 2019년에 다시 위성 로켓을 발사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화염’은 군사적 옵션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토마호크 미사일 등으로 폭격하는 ‘선제 타격’을 준비하도록 미 국방부에 지시했었고,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코피 전략’으로 불리는 정밀 타격 계획을 입안했었다. 지난 2017년에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군사 옵션에 강력히 제동을 걸었고, 북한도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미소 작전’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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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과의 견해 차이를 이유로 물러났다.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자는 ‘북한 폭격론’을 주장했던 존 볼턴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팀에는 ‘예스맨’만 남았고, 이들은 대북 강경파 일색이다. 이 때문에 북·미 대결 국면이 전개됐을 때 한반도가 시계 제로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자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까지 3일 연속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그(김정은 위원장)가 우리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어떤 것을 한다면 나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미사일) 시험을 보게 된다면 크게 실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이 지속해서 핵무기를 생산하고, 탄도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NYT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지난달 27, 28일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 사이에 북한이 6개가량의 핵폭탄을 제조했다는 게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미 대화가 위기를 맞지 않도록 대외적으로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세계일보

북한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6일(현지시간) 상업용 위성이 촬영한 사진.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일 위성사진과 달리 크레인이 미사일 발사대에서 치워지고 발사대 상단에 은폐 덮개가 씌워진 점 등을 근거로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의 주요 부품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8노스·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 제공, AP연합뉴스


◆북한의 강공

북한이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면서 대미 압박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도발→제재 감수→협상’을 반복하면서 핵·미사일 전력을 증대해왔다. NYT는 “일부 분석가들은 북한이 이제 다시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끝내려 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서 두 번에 걸쳐 ‘우주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은 동창리 발사 시설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었으나 실제로는 이를 폐기하기보다 오히려 확장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NPR과 CNN은 지난달 22일 ‘디지털 글로브’가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과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위성용 로켓을 조립한 적이 있는 산음동 단지 근처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NPR에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북한이 로켓을 만드는 과정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8일 “위성사진 이미지를 보면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전부터 우주 로켓 발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북한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강행하면 북·미 협상이 궤도 이탈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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