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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보신각 앞 채운 검은 물결 "낙태죄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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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김소영 기자] [비웨이브 19번째 낙태죄 위헌결정 촉구 집회…해바라기씨·계란 269개 깨는 퍼포먼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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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비웨이브(BWAVE)'의 19번째 집회가 열렸다./사진=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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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소중하다고? 내가 그 생명이다"

"인간이 될 가능성이 낙태의 처벌근거? 가능성은 내가 정한다"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을 검은 물결이 가득 채웠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모임 '비웨이브'(BWAVE)가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2016년 10월 첫 번째 집회 이후 19번째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주최 추산 3000여명이 드레스코드(복장규정) '블랙'을 맞추고 보신각 앞을 채웠다. 검정식 드레스 코드는 2016년 10월 폴란드 여성들이 낙태금지법 철회를 이끌어낸 이후 만든 비웨이브의 전통이다.

집회는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로 시작했다.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My body my choice)" △"내 인생은 내 뜻대로" △"낙태약물 미프진을 도입하라" 등 구호가 나왔다.

이어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결정 촉구하는 성명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4월 중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및 제270조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비웨이브는 "생명 창조는 여성의 고유한 능력이자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는 불가침의 영역"이라며 "대한민국은 여성들에게 임신중단권을 반환하라"고 외쳤다.

낙태죄는 가부장제의 결과물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낙태죄는 여성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에 남성 개입을 허용한 것"이라며 "여성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박탈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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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임신 7주차 태아를 상징하는 해바라기씨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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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씨 뿌리기와 달걀 깨기, 단막극 등의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누가 생명인가, 내가 생명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임신 7주차 태아의 크기를 상징하는 해바라기씨를 허공에 흩뿌렸다.

형법 제269조에 규정돼 있는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의미로 계란 269개를 깨뜨리고 'Patriarchy(가부장제)'가 적힌 현수막을 칼로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처음 집회에 왔다는 대학생 정모씨(21)는 "얼마 전 친구가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한 달이 후에야 꺼냈다"며 "상대 남성는 수술비만 건네줘 친구 혼자 괴로움을 견뎌내야 했단 말을 듣고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27)는 "태아를 몇주부터 생명으로 봐야 할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여성은 확실한 생명이기 때문에 임신중단 결정권도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처벌하기 이전에 사회적 안전망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유모씨(23)는 "경제 상황과 미혼모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무조건 낳으라 하는 것은 여성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사회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도 집회를 지켜봤다. 친구와 나들이를 나왔다는 남성 이모씨(64)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아이를 낳으면 학대와 방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 딸이나 손녀가 임신중절수술을 원한다면 적극 지지해줄 것"이라고 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시민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길을 지나던 한모씨(69)는 "임신중절수술은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며 "산모 건강이 좋지 않거나 강간을 당한 경우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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