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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낙태권리"부터 "정상연애 강요말라"까지...'여성의 날' 구호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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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임금 격차, 취업차별 철폐"부터
"버닝썬, 약물유통·성폭력 파헤치자"
"남녀 간 연애만 정상연애 아니다"까지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철폐하자." "낙태죄를 폐지하라." "버닝썬과 같은 클럽에서의 마약 강간 퇴치하라." "남녀 간 연애만 정상연애로 규정하는 것도 폭력이다."

3월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날’. 111주년을 맞은 올해 ‘여성의 날’은 그 어느 때보다 참여열기가 뜨겁고, 요구 사항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세계를 휩쓴 ‘미투’ 선언 이후 ‘여성주의’ 바람이 더 거세진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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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3.8 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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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최대 화두 ‘성별 임금격차 해소’
노동계에서 ‘여성의 날’ 최대 화두는 성별에 따른 경제·임금 격차였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한여협)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강당에서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여성과 경제’를 주제로 하는 행사에는 120여 개 단체 여성 지도자와 각계 인사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여성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한여협 측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사회참여 기회를 받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당연한 권리를 누리도록 노력하자"고 결의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오후 3시 조기퇴근’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여성 근로자의 소득(213만원·통계청)이 남성 근로자(337만원)의 63.2%에 그치는 만큼 오후 3시 이후부터 여성은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201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7%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격차는 지난 2008년(36.8%)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37%)까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임금뿐만 아니라 채용 과정 때 성차별과 성희롱·성폭력도 만연하다"며 "이런 직장 내 문제를 고발하는 ‘페이(pay) 미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오후 2시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성차별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집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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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단체를 향해 반대 시위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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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조합원들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고용 대책을 촉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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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하자"… "1대1 독점관계·이성애 강요말라"
연애와 출산 관련 문제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온 여성단체들은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형법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 형법 제270조 제1항(동의낙태죄)의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00일 전인 지난해 11월 29일부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해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1개 시민단체연합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인권과 건강권을 방치하고 갈피 없는 역사를 써내려온 시간을 종결해야 할 때"라며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과 태어날 아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시민이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후 12시 30분부터는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도 있었다.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은 "태아에게도 인권이 있으며, 누구도 이를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며 "여성계와 의료계의 ‘낙태 비범죄화’ 주장은 일시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한 편법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헌재는 다음달 11일 2년 가까이 이어진 심리 끝에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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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탈연애선언’ 단체가 이성애중심주의 등의 정상연애 중심주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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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엔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탈(脫)연애선언’ 단체가 남성중심주의, 이성애중심주의, 1대1독점소유관계 등 ‘정상연애’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인간이 인간을 소유할 수 없다고 여기며, 연애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관계적 독점을 거부한다" "젊을 때 연애하지 않거나, 나이 들어 연애하는 인간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모두를 연애에 대한 강박에 빠지게 하는 정상연애 중심주의에 반대한다" "연애 밖 섹슈얼리티 실천자들, 무성애·비연애·성소수자·성판매 여성에 대한 혐오에 반대한다"고 외쳤다.‘정상연애’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관에 넣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물뽕’ 논란에 "강간 범죄 규탄한다"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인근에선 ‘약물 성범죄’를 규탄하는 거리시위도 열린다. 이날 오후 8시 페미니즘단체 불꽃페미액션 등 7개 여성단체는 서울 신사동 신사역 2번 출구에서 ‘버닝, 워닝(Buring, Warning)’이라는 이름의 퍼레이드를 연다. 신사역은 최근 그룹 ‘빅뱅’의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클럽 ‘아레나’가 인접한 곳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아레나 인근에서 강간 범죄를 근절한다는 의미를 담아 ‘강간문화 커팅(cutting)식’을 진행하고, 역삼동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까지 행진한다. 승리가 이사로 재직했던 버닝썬은 최근 마약 유통,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경찰 유착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다. 주최 측은 "클럽 문화에 뿌리 깊게 내재해 있는 여성 착취를 끝내고 강간 범죄를 규탄한다"며 집회 취지를 설명했다.

UN은 세계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다. 또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 국제기념일임을 공식화했다. 한국은 이로부터 10년 뒤인 1985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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