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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삶의 무게가 버거워 결혼·출산 거부하는 비혼남녀 늘어난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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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 0.98명…출산율 저하, 인구감소로 이어져 / 인구감소, 생산인력 줄이고 소비력 떨어트려…경제·사회 활력 낮아져 / 정부 12년간 120조원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근본적인 처방 찾기 어려워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출산율 저하는 인구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가적·사회적으로 매우 큰 문제입니다.

인구감소는 생산인력을 줄이고 소비력을 떨어트려 잠재 경제성장률을 낮추는데요. 이렇게 되면 경제·사회의 역동성과 활력은 찾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총인구 감소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2028년이 아닌 오는 2024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12년간 120조원을 투입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각 이런저런 저출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는 것인데요.

한국인들이 직면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저출산은 어떤 의미에선 당연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전셋값 마련도 어렵다 보니 결혼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혼인해도 자녀 학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요. 가계소득의 상당 부분을 학원비로 써야 하는 가정이 부기지수입니다.

이렇다 보니 가능하면 아이를 아예 낳지 않거나, 낳아도 덜 낳으려는 경향이 전보다 뚜렷해진 게 사실인데요. 더 큰 문제는 뾰족한 대책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출산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계일보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사망자 수는 29만89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은 2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요.

통계청의 '2018년 출생·사망통계(잠정)'를 보면 작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떨어졌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데요.

통계청은 "우리나라 여성이 평생 1명 이하의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라면서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앞으로 인구감소속도가 굉장히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입니다.

작년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 1.68명(2016년 기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데요. OECD 국가 중 1명 미만인 곳은 없어 압도적인 꼴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粗)출생률도 6.4명으로, 전년보다 0.6명(8.8%) 감소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88명까지 떨어졌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작년 1분기까지는 1.08명으로, 1명을 웃돌았다가 2분기부터 0.98명으로 추락해 3분기(0.95명), 4분기(0.88명)로 낮아진 상황입니다.

◆韓 출산율 OECD 국가 중 '꼴찌' 불명예…인구 감소속도 예상보다 빨라질 듯

통계청의 출산율 저위 추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시점은 2028년이지만, 이미 출산율은 저위 추계 수준을 밑돌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보다 인구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4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출산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 초반(30∼34세)이었지만, 20대 후반(25∼29세) 여성의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처음으로 30대 후반(35∼39세)보다 낮아졌는데요.

10년 전에는 20대 후반 출산율이 30대 후반의 4배에 육박했었습니다.

여성 인구 1000명당 출산율은 20대 후반은 41.0명으로 전년 대비 6.9명(14.0%), 30대 초반은 91.4명으로 6.3명(6.0%) 각각 감소했는데요. 30대 후반도 46.1명으로 1.1명(2.0%) 줄었습니다.

반면 40대 초반(40∼44세)은 6.4명으로 전년보다 0.4명(7.0%) 늘어났는데요.

평균 출산연령은 32.8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습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1.8%로 전년보다 2.4%포인트 높아졌는데요.

출산 순위별 출생아 수는 첫째아(-5.9%), 둘째아(-10.5%), 셋째아 이상(-19.2%)이 모두 급감했습니다.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5.4명으로 전년보다 0.9명 감소했는데요. 셋째 이후 아이의 성비는 105.8명으로 전년보다 0.6명 감소했습니다.

통계청은 출산 순위에 따른 성비 차이가 정상 범위(103∼107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출산율 낮아

17개 시도 모두 합계출산율이 전년보다 감소한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높은 곳은 세종(1.57명), 전남(1.24명), 제주(1.22명) 순이었습니다.

반면 서울(0.76명)이 가장 낮았고 부산(0.90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작년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전년 35만7800명보다 3만900명(8.6%) 감소했는데요.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한 해 출생아 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일보

1970년대만 해도 10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0만명대로, 2017년에는 30만명대로 추락한 뒤 1970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요.

반면 작년 사망자 수는 29만8900명으로, 전년보다 1만3400명(4.7%) 늘어나 1983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80대가 10만명으로 전년보다 7.4% 늘었고, 70대가 7만1200명으로 1.7%, 90세 이상은 3만8300명으로 10.4% 각각 증가했는데요.

작년 사망자를 성별로 나누면 남성이 16만1300명으로 여성(13만7700명)의 약 1.2배였습니다.

사망자 수의 남녀 비율 차이가 가장 큰 연령은 60대로, 남성이 여성의 약 2.8배에 달했는데요.

사망자는 늘어나는데 출생아는 급감하면서 지난해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2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4000명(61.3%) 감소해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년 대비 감소 폭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컸는데요.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1980년대만 해도 50만명을 넘겼는데, 1998년 40만명으로 줄어든 이후 2005년에는 2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워킹맘 "육아휴직 요청하니 사장이 '이래서 기혼자를 안 뽑는다'며 퇴사 권고했어요"

"아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등교 시간이 아침 9시에요. 저도 남편도 출근시간이 안 맞는데 당장 누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나요?"

"육아휴직을 요청하니 사업주가 '이래서 내가 기혼자를 안 뽑는다'며 퇴사를 권합니다. 육아휴직 기간 퇴직금은 받지 않고 휴직 기간이 끝나고 복직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육아휴직을 받았어요."

지난달 20일, 일과 출산·육아를 병행하는 직장맘들이 출근과 야근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부터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다가 해고를 당했던 일까지 그간 겪어온 고충을 쏟아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서울특별시와 함께 이날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맘 10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직장맘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에 다니려면 아이가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에 오가는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는데요.

30대 직장맘 정모씨는 최근 15개월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했습니다. 회사가 먼 거리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데려오기 힘들어져 유연근무를 신청하려 했지만 동료들 시선에 단념했는데요.

정씨는 "유연근무 신청 전 팀원들과 먼저 상의를 했다"며 "팀원들조차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아 대체인력을 구할 수 없다', '현실을 봐라'라며 공감하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세계일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직장맘은 '돌봄 절벽'을 경험하고 있었는데요.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는 부모들 가운데 한명은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30대 직장맘 김모씨는 "그동안 직장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맡아줬는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니 막막하다"며 "등교시간 40분 전에 도서관 문을 연다고 하는데 아이가 고학년과 같이 잘 지낼지도 걱정이고, 교실에 잘 찾아갈 수 있을지도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운 좋게 돌봄교실을 이용하게 됐지만 오후 12시30분∼1시 하교시간을 맞추려면 남편과 분 단위 스케줄을 쪼개서 짜야 한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퇴근해야 하는 상황인데,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직장을 다니기 힘들어질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기혼자는 언젠가 애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며 결국 회사가 피해를 본다?"

40대 직장맘 한모씨 역시 "맞벌이 부부인데 (업무로) 아이 하교시간을 못 맞출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며 "결국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돌봄시설에 맡긴 아이가 계속 감염병에 걸려 안타까워하는 직장맘도 있었는데요.

40대 직장맘 장모씨는 "아이가 전염병에 걸려 어린이집을 보낼 수 없게 됐는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며 "아기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절차가 복잡해 신청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장씨는 "힘들게 돌봄 선생님이 왔지만 낯선 사람이라 그런지 계속 울고 병도 낫지 않았다"며 "이후에도 시간제 돌봄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있는데 아이가 계속 병에 걸려온다"고 토로했습니다.

직장맘들은 단축근무,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회사 분위기 속에서 권고사직, 직무변경 등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결국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된다고도 하소연했는데요.

출판사에 근무하는 30대 김모씨는 금요일에 단축근무를 신청했더니 월요일에 '권고사직'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김씨는 남아있던 연차 등을 모두 소진하고 15일 만에 결국 해고당했는데요.

그는 "결국 남편과 가난하게 살기로 결정했다"며 "적은 급여를 받더라도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이런 환경에서는 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10년 차 직장맘 김모씨도 육아휴직을 요청했다가 해고 위기에 처했습니다. 김씨는 사업주가 요구하는 퇴직금 포기 등의 조건에 동의하는 각서를 쓰고서야 육아휴직을 받아냈는데요.

김씨는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니 사업주가 '기혼자는 언젠가 애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고, 결국 사업장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퇴사를 권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세계일보

육아휴직 이후 회사에 복귀하면 과거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업무에 배정되는 사례도 있었는데요.

웹디자이너로 20년간 일해온 김모씨는 출산 당일까지도 근무하고 퇴근 후 아이를 낳았습니다. 하루에 수차례 입덧을 하면서도 만삭의 몸으로 회사에 다니며 '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왔는데'라며 버텼습니다.

그런 김씨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결국 육아휴직을 고려하게 됐지만, 김씨는 육아휴직 이후 복귀 때는 영업직으로 근무하라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아야 했습니다.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는 "회사는 휴직 전후 직책과 임금이 동일하면 업무변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애 엄마여서 그렇다'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일했는데 너무 좌절스럽고 매일밤 악몽을 꾼다"고 토로했습니다.

◆저출산 기조, 아이들 사교육비 지출 증가…왜?

한편 저출산 기조에도 유년층 사교육비 지출이 늘면서 관련 민간소비 지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공공교육 관련 소비 지출은 증가세 둔화가 뚜렷한데요. 정부 지원보다 사교육비 부담이 더 빨리 늘면서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유년층 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통계청의 '2015년 국민 이전계정 개발 결과'를 보면, 2015년 국민 이전계정 소비 계정 중 공공교육 소비(정부 지원)는 53조6900억원으로 전년보다 2.8% 늘었습니다.

공공교육 소비는 6∼17세 연령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요. 1인당으로 보면 공공교육 소비는 10세가 929만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공공교육 소비 증가율은 2011년 14.7%를 기록한 이후 2012년 7.2%, 2013년 4.7%, 2014년 6.3%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유년층(0∼14세)의 경우 2015년 2.3% 증가에 그치면서 전체 평균치(2.8%)를 밑돌았는데요.

민간교육 소비는 2015년 53조4760억원으로 전년보다 0.1% 감소했습니다. 1인당으로 보면 16세가 511만원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민간교육 소비도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1년 3.6% 늘어난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다 2014년 마이너스(-)로 전환, 2년 연속 뒷걸음질쳤습니다.

반면 유년층의 민간교육 소비는 교육 소비 계정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2015년 유년층 민간교육 소비는 12조7840억원으로 전년보다 3.3% 늘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이에 반해 15∼64세의 민간교육 소비는 2011년 6.6% 늘어난 뒤 꾸준히 증가 폭이 줄면서 2015년(-1.2%)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요.

저출산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유년층의 공공교육 소비 지출 총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민간교육 소비 규모만 커진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저소득가구의 사교육비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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