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삼두 1차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균열이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 50m 지하에는 2017년에 개통된 북항해저터널이 지나고 있으며, 아파트 주민들은 "터널 발파작업으로 인해 균열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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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과 안전진단 협의 '난관'...하루하루가 '공포'
[더팩트|인천=이선화 기자]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내가 살아있구나 싶지..."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의 한탄. 그가 사는 곳은 국내 최장 해저터널의 지상 부분으로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소재의 삼두 아파트다. 그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취재진이 지난달 27일 직접 찾은 인천 삼두 아파트의 상태는 심각했다. 지상 도로와 주차장에 큰 균열이 보였고 벽에 손가락 두세 개가 들어갈 정도의 금이 갈라져 있었다. 건물도 뒤틀려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건물이 틀어져 가스배관에서 누출 사고까지 일어났고 현관 화단이 내려 앉아 주차장보다 낮아져 비가 오면 물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아래를 지나가는 지하 터널을 균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015년 12월 이후 2700회에 달하는 발파 공사로 이런 현상이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조기운 인천 삼두1차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1987년 완공한 우리 아파트는 터널 바로 위에 있고 1년 후 지은 삼두 2차 아파트는 터널에서 150m 떨어져 있는데, 우리 아파트만 땅이 꺼지고 (벽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터널) 공사 전까지 우리 아파트는 안전진단등급 ‘A’등급이었다"고 덧붙였다.
삼두 아파트 2동 경비실의 모습. 왼쪽 지반에 침하가 일어나 창문과 천장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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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의 빈 공간은 솜이불과 보온재를 이용해 막아놓은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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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동 11층 외벽에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깊은 균열이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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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때문에 드라이비트 시공(건물외벽에 단열재 등을 붙이고 그 위에 실리콘 플라스터를 마감하는 공법)으로 작업된 그물망 모양의 메쉬(균열방지용 철망)가 부서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은 "발파 작업 전 시공사에서 아파트에 페인트 칠을 했다. 그때 붙인 메쉬가 균열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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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도 심각했다. 아파트 주민의 집 거실에 골프공을 세워놓자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저절로 움직였다. 방바닥과 몰딩은 틈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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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은 지반 침하로 인해 한 뼘가량 주저앉았다. 바닷물이 침투한 땅은 비가 오지 않아도 축축했으며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생긴 경비실 지붕의 틈새는 날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졌다. 이제는 나무토막과 솜이불로 막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외부로 연결된 일부 가스 배관의 경우 뒤틀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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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주차장은 균열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이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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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구의 균열은 비가 오지 않아도 내내 젖어있다. 조기운 인천 삼두1차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조 때가 되면 틈새로 바닷물이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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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지 않는 102동 지하실의 싱크홀. 시멘트로 차 있어야 할 공간이 텅 비어있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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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두 1차 아파트 주민들은 매일 붕괴 위험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소송 때문에 수리를 할 수도 삶의 터전을 버릴 수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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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두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중앙장로교회를 찾았다. 견고한 외관과 다르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십 개의 균열이 눈앞에 나타났다. 표면만 깨진 얕은 틈새부터 내부가 보일 정도로 깊은 구멍까지 크기도 다양했다. 가장 긴 균열은 문에서부터 시작해 천장, 반대쪽 벽까지 쭉 이어졌고 바닥을 두 동강으로 나눠 버렸다. 흡사 만화가가 그려놓은 '폐가' 같았다.
"제가 신기한 거 보여드릴게요."
생수통을 들고 온 교회의 한 집사는 신기한 광경을 보여주겠다며 1층 복도 중간으로 걸어갔다. 물이 가득 든 생수통을 바닥에 내려놓자 가만히 멈춰 있어야 할 생수통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메라 방향으로 가속도까지 붙었다. 지반이 평평하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중앙장로교회 1층 복도. 물이 가득 찬 생수통을 내려놓자 저절로 구르기 시작했다. 카메라 방향으로 가속도까지 붙었다. 지반이 평평하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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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벽의 균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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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쪽에 생긴 균열은 공간을 분리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교회 측은 "날이 갈수록 균열이 점점 깊어진다"라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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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안쪽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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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측은 균열 끝에 날짜를 표시했다. 해당 날짜는 2017년 2월 19일, 2년 전보다 한 뼘 이상 길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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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안팎으로 선명한 틈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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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내부가 선명하게 보이는 깊은 구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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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계단, 천장, 벽, 바닥, 심지어 외부에 있는 벽돌 화단에도 균열이 존재했다. 리모델링으로 신축한 공간은 지반 침하 증상까지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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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러지 않았어요. 건물이 기우는 것도, 균열이 생긴 것도 전부 (북항)터널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요."
교회를 관리하는 집사의 말은 삼두 1차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 조기운 회장의 주장과 일치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북항터널이 착공된 이후 이 지역 일대엔 싱크홀 문제가 잦아졌다. 송현동 중앙시장에는 지름 6m, 깊이 5m의 대형 싱크홀이, 송림초교 정문에 지름 15cm 크기의 작은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천 중구 서해대로에 인천북항터널의 입구가 있다. 터널은 서해대로와 송림로, 화도진로를 지나 중앙장로교회와 삼두아파트가 있는 수문통로, 초등학교가 있는 화수로 방향으로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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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우려 해소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쉽지가 않다. 이와 관련해 인천광역시청 관계자는 "작년부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측과 주민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반 침하와 균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현재 건물의 안전상태만 진단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발파진동은 법적 기준치 이내였고, 아파트에 부착한 지표침하계·건물경사계·균열측정계 계측 결과 공사 전과 후의 수치가 관리 기준을 충족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포스코건설 측은 "비대위 측이 안전 진단 업체를 자의적으로 선정해 공사로 인한 직·간접 피해까지 규명하겠다고 주장했다"면서 안전 진단 시행이 지연되는 것을 비대위 탓으로 돌렸다.
현재 주민들은 포스코건설에 신속한 안전 진단과 그 결과에 따른 보수공사 또는 이주 대책 제시와 함께 그간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포스코건설 등을 상대로 52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오는 13일 예정돼 있으며, 국토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 역시 곧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형사 고소도 준비 중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진행중인 소송 때문에 건물을 수리할 수도 삶의 보금자리를 떠날 수도 없다. 잠결에 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균열로 인해 창문이 닫히지 않아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공포를 견뎌내는 수밖에.
아파트 앞 상가도 상황은 똑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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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 침하가 일어나면서 벽과 바닥이 분리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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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인근 송현초등학교에서도 균열을 발견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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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현관 쪽은 제법 굵고 깊은 균열이 여러곳에 존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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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때문에 부서진 초등학교의 벽과 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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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뒷편 보도블럭은 지반 침하로 인해 흉측하게 변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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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지도는 취재를 했던 장소로 송현초등학교와 삼두아파트, 중앙장로교회의 지하에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일부인 북항터널이 지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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