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금융안정' 중시하던 한은, 경기부양으로 방향키 돌릴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8일 금리동결 기정사실화…어떤 발언 나올까 관심
‘경기안정’으로 무게추 이동시 금리동결 장기화 전망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지만 금융안정 리스크와 가계부채 등도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주열 총재의 발언이다. 한은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에도 여전히 금융안정에 무게를 뒀다.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달 금통위를 사흘 앞두고 그간 금융안정에 실렸던 무게추가 경기안정으로 어느만큼 옮겨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한 달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쉼표를 찍고 경기부양에 속도를 높였다. 시장에선 금리인상 전망은 사그라들었고, 일부에선 금리인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조선DB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에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기존 연 1.75%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인상한 후 국내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인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서다.

금통위가 통화정책에서 경기, 물가를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국내총생산(GDP) 갭은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폭이 더 확대될 걸로 전망됐다. GDP갭은 잠재GDP와 실질GDP의 격차로 마이너스 폭이 커진다는 건 경기침체로 해석될 수 있다. 또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7%에서 1.4%로 내렸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한은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눈은 한은의 금리결정보다는 금융·경기안정에 대한 시각에 쏠려있다. 금리동결은 현 상황에서 당연한 결정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안정'에 쏠렸던 무게를 얼마나 덜어내느냐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금리인상 결정을 내린 것도 경기보다는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정부, 여론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금융안정에 강박적이라고 할 만큼 유의를 해왔는데 얼마나 수위조절을 할 지가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 동향을 보이고 있다거나 대출 증가세가 둔화추세라는 등의 언급이 있을지가 시장이 관심가지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경기둔화에 대한 언급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라는 기존의 표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한은은 경기진단을 변화하는 데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수출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나 연말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한은은 하반기 반도체 회복을 전망했고, 내수에 있어서도 정부의 재정, 경제활성화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상방요소로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한은이 이에 동조할 확률이 크지 않은 이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관한 한은의 시각이 하반기 정책금리 방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지만 한은은 보수적 입장에서 경기를 평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다섯 차례나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일각에서는 금리인하 전망까지 언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동결에 이어 시중은행이 초저금리 장기대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우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는 일단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멈춘 상황이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