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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몸값만 `10조원` 막 오른 넥슨 인수전-카카오·넷마블 2파전…텐센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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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넥슨 새로운 주인을 위한 후보자는 링 위에 올라왔다. 넷마블, 카카오, 사모펀드(PEF) 등 크게 3파전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게임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넥슨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 결과, 넷마블과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블랙스톤 등도 NXC 인수에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당초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넥슨 측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예비 단계에서는 개별 입찰만 받았다.

매각 대상은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6%다. NXC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보유 지분 47.98%)을 비롯해 1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다.

굵직굵직한 기업이 잇따라 넥슨 인수 참여에 뜻을 밝히면서 넥슨 인수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넥슨 매각 예비입찰 결과 넷마블과 카카오, 글로벌 PEF 등이 대거 참여했다. <연합뉴스>


▶후보 1-오너 강력 의지 ‘넷마블’

▷넥슨과 다른 기업문화가 변수

일찌감치 넥슨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넷마블은 여러 인수 후보 중 유력한 곳으로 꼽힌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나선 배경은 비교적 명확하다. 게임업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넥슨 인수를 두 달 전부터 검토했고 한 달 전 참여를 결정했다”며 “넥슨이 지닌 게임 IP와 개발 역량을 높이 보고 있으며 넷마블이 보유한 모바일 게임 사업이나 글로벌 퍼블리싱(유통) 역량을 더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국내 게임업계를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넷마블 측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 주요 자산이어서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넥슨 인수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인수대금 상당 부분을 조달하고 넷마블은 넥슨 경영을 책임지는 방식이 유력하다.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하면 국내 게임업계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 넥슨과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4조5509억원이다. 엔씨소프트(1조7151억원)나 펄어비스(4043억원), 컴투스(4818억원), 더블유게임즈(4830억원) 등 다른 주요 기업을 합쳐도 매출 4조원이 안 된다. 넷마블이 국내 게임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인수 명분이나 오너의 의지 등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하지만 넷마블이 인수 후보가 되려면 적잖은 난관을 건너야 한다.

우선 자금 문제다. 현재 넷마블의 현금성 자산은 약 2조7000억원. 김 대표가 내놓은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10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무리 MBK파트너스의 협력을 얻었다고 해도 넷마블이 자금을 온전히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피인수 대상이 되는 넥슨 직원들이 넷마블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강하다는 점도 문제다. 양 사는 국내 게임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표 기업이지만 기업문화가 크게 다르다. 넥슨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게임업계를 선도하는 맏형이지만 게임 기업 처우 향상에도 각별히 신경 썼던 기업이다. 게임업계에서 가장 먼저 노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반면 넷마블은 철저히 오너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넷마블의 가장 큰 장점.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넥슨과 넷마블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넥슨 임직원 또한 넷마블이 최종 인수 후보자가 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넥슨 임직원 중 상당수는 넷마블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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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카카오 컨소시엄

▷지나치게 과도한 부채 걸림돌

카카오 컨소시엄은 넷마블 측과 함께 또 다른 유력 인수 후보자로 분류할 수 있다. 사실 김 대표가 ‘폭탄 선언’을 할 때만 해도 카카오가 후보로 많이 거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카오는 1월 말부터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카카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오너 간 친분이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 대표는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과는 다르지만 오래전부터 친분을 이어왔다.

카카오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외연 확장이란 측면에서 살펴보면 오히려 넷마블보다 더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게임즈가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해 카카오톡을 통해 넥슨의 캐주얼 게임을 배급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분석한다.

넥슨의 게임 개발 능력과 카카오의 플랫폼이 합쳐지면 넷마블과 넥슨의 조합 이상 가는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너 간 사이도 좋고 시너지 효과도 크지만 카카오가 안고 있는 문제는 바로 부채다. 카카오가 확보한 현금성 자산은 약 2조3000억원. 넷마블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카카오의 빚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 카카오 부채는 2조원을 넘어서 넷마블(약 7200억원)과 큰 차이가 난다. 아직 멜론 인수에 대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넥슨이란 더 큰 매물을 노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제3의 후보와 변수는

▷텐센트는 누구 편? 넥슨 노조 관건

넥슨이 꼭 국내 기업인 카카오나 넷마블에 매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이 넥슨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PEF가 주목받는다. PEF들은 NXC를 인수한 뒤 일본에 상장된 넥슨을 국내 증시나 미국 나스닥 등으로 이전상장시켜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일본 넥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 미만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게임업체가 PER 30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이전상장만으로도 상당한 차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넥슨 매각 주관사인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 측은 이번 예비입찰에는 후보들이 개별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단독으로 참여한 PEF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되면 국내외 전략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워낙 거래 규모가 크고 게임 개발이나 국내외 유통을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기 때문이다.

텐센트의 행보 또한 관심을 모은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17.6%)이자, 카카오의 2대 주주(6.7%)다.

텐센트가 확보한 패는 여러 가지다. 넷마블과 손을 잡을 수도 있지만 카카오 손을 들어줄 수 있다. 현재 텐센트는 넥슨의 캐시카우 게임 ‘던전앤파이터’ 중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넥슨 경영을 위해서는 넷마블이나 카카오 모두 텐센트 힘이 필요하다. 텐센트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 예상하기 어렵다. 예상을 깨고 텐센트가 독자적으로 넥슨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예비입찰이 마무리됐지만 넥슨 매각 과정이 앞으로 순탄하게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김 대표는 시민단체로부터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정주 대표와 NXC 법인을 포함해 총 14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조세범죄조사부에 배당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이어 센터는 서울지방국세청에도 김 대표에 대한 탈세 조사를 통해 세금을 추징하라며 고발했다. 법적 리스크는 글로벌 투자자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요소 중 하나인 만큼 인수 과정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넥슨 노조의 반응도 중요하다. 매각 진행 과정에서 고용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넥슨 노조인 ‘스타팅 포인트’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의도 역시 뚜렷하지 않으나 확실한 점은 그 이슈로 수많은 넥슨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넥슨 노조는 그 어떤 갈림길 위에서도 오로지 고용 안정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도 넥슨 매각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측은 “넥슨이 매각되면 구조조정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규모 고용 불안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7호 (2019.02.27~2019.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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