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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뉴스 TALK] '高價 옷' 한섬, 느닷없이 고객 혜택 변경… VVIP들 뿔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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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천만원 썼는데 앞으로 더 사야 할인해준다니, '호갱님(호구+고객님)' 대우 받았구나 싶네요." "이번 기회에 '탈(脫)한섬' 하려고요." "말로만 VVIP."

최근 일부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에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전문기업 한섬에 대한 불만 댓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습니다. 한섬은 타임·랑방·마인·시스템·SJSJ 등 브랜드를 거느린 토종 기업으로,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됐습니다. 해외 명품 의류에 버금가는 고가(高價)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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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섬이 10여 년간 시행해 온 우수 고객 제도를 올해 전면 개편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연간 2000만원 이상 구입한 우수 고객 3000여 명에게 이듬해 초 20만~500만원에 달하는 한섬 상품권을 제공했는데, 올해 이 혜택을 없앴습니다. 대신 이듬해 구입할 때마다 등급별로 일정 금액을 할인하고, VIP 행사 초청·기념일 선물·드라이클리닝 서비스 등을 추가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VIP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추가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일괄 지급했던 '페이백 상품권'을 주지 않고 '향후 추가 구매 시 할인'이라는 조건부 혜택으로 바꾸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한섬 측은 이번 개편이 오히려 혜택을 늘리는 것이라며 '오해'라고 주장합니다. 전년 실적만큼 이듬해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기존에 제공했던 상품권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한섬에서 1억원이 넘는 옷을 구입한 A씨는 최근 본사에 항의 전화를 걸어 "그동안 아무런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했고, 또 다른 우수 고객 B씨는 "개편안을 변경 고지 시점보다 훨씬 전인 작년 초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갑자기 통보하는 건 신뢰를 깨는 행위"라고도 했습니다.

한섬 사례처럼 마케팅 과정에서 내건 각종 할인·적립 서비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거나 소비자가 원치 않는 내용으로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기업이 소극적이나마 사전 고지를 한 상황에선 뾰족히 문제로 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한섬의 지난해 매출은 1조29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7.3% 늘어난 92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죠. '10년 넘게 한섬만 입었다'는 우수 고객 C씨는 "'의리'를 지켰는데 홀대당하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한경진 기자(kj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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