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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CEO] SH공사, 미세먼지 저감아파트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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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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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교수(고려대 건축공학과)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변신한 김세용 사장은 취임 2년 차를 맞아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 1일 SH공사 창립 30주년을 전후해 지난달 25일에는 청년·신혼부부 특화 임대주택 브랜드인 '청신호(靑新戶)'를, 지난 20일에는 '스마트 시민기업'이란 공사의 새 비전을 각각 선포했다. SH공사는 1989년 설립된 이후 지난 30년간 서울의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를 사실상 도맡아온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하지만 서울 안에 새로 개발할 신규 택지가 거의 사라지면서 이제 기존의 사업 방식에서 탈피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SH공사의 체질 변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30년간 쌓아온 이론과 실무경험에 남달리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총동원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 사장을 지난 21일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15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사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대규모 나대지 개발 대신 이젠 서울 도심으로 들어가 노후화된 도심을 스마트하게 재생하고, 스마트시티 건설과 같은 도시공간의 가치를 창출하는 시민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고 공사의 미래 비전에 대해 강조했다.

미래 비전 마련을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개편이다. 그는 취임 불과 두 달 후인 지난해 3월 공간복지 실현과 스마트시티 조성 등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택지사업본부를 폐지하고 공간복지와 스마트시티를 실현할 도시공간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미래 성장동력인 신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미래전략실도 사장 직속으로 만들었다.

김 사장은 공사가 추구하는 양대 핵심 가치인 공간복지와 스마트시티를 결합한 '소셜 스마트시티'를 고덕강일지구에 처음 적용하려 한다. '소셜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 교통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더해 커뮤니티 조성, 시민 참여 활성화 등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동체 주거공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그는 "고덕강일지구를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개발 가능한 대규모 나대지는 이제 끝이 난다"면서 "그동안 공사가 가진 땅을 팔고 그 돈으로 공공주택을 지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팔지 않고 소셜 스마트시티를 제안서에 담아낸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에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는 한편, 공동 빨래방을 만들어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웃 간 커뮤니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첨단 기술이 모인 소셜 스마트시티를 짓겠다고 하는 사업자에게 땅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공사는 지난 21일 고덕강일 1블록과 5블록 설계공모를 공고했다. 이달 말 응모신청을 받고 3개월간 설명회와 설계응모작 접수를 거쳐 오는 6월에 최종 당선작 발표와 함께 토지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고덕강일 1블록은 4만8434㎡에 793가구, 5블록은 4만8230㎡에 809가구가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김 사장은 최근 국민이 생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스마트 기술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지난해 공급한 항동지구 아파트 단지 입구에 '미스트 자동분사 시스템'을 시범 조성했다. 택배 차량이나 어린이 통학용 차량 등 공회전하는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아파트 입구에 미세먼지가 많은 날 자동으로 미세 물방울을 뿌리는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작년 말에는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신기술 광촉매 페인트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광촉매 페인트를 공사 산하 도시연구원에서 국산화했고, 이를 작년 10월 노원구 소재 상계마들 아파트에 시범 시공한 것이다.

김 사장은 "미세먼지 광촉매 페인트 시범 아파트의 4개월간 중간 실험결과를 얼마 전에 받아봤는데 상당히 흡착하는 걸로 나왔다"면서 "6개월간 최종 결과치를 보고 적정 수준의 효과가 검증되면 향후 공사가 관리하는 200여 개 임대주택단지 전체에 순차적으로 적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 장치를 동원해 1년에 4t가량 먼지를 잡아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공사 본연의 업무인 공공주택 공급과 관련해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청년층이다. 그는 "미래의 주축인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가 첫째가 일자리, 둘째가 주택이라고 한다"면서 "서울시가 2022년까지 공급하기로 계획한 공공주택 24만가구 가운데 14만5000가구를 청년 및 신혼부부용 주택으로 최대한 공급을 서두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지난달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집이란 뜻을 담은 '청신호' 브랜드를 공식 출범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김 사장의 욕심은 단순히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많이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 1~2인 가구인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특화 설계를 발주해 만족도가 높은 맞춤형 청신호 주택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공사는 청신호용 임대주택의 입주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 주택을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건축가인 '청신호 건축가' 풀(pool)을 100명 정도로 구성해 전문 건축가들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특화된 평면을 설계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청년들은 집에서 음식을 거의 해먹지 않는 만큼 싱크대 등 필요 없는 주방 면적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천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면 공간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청년과 신혼부부, 육아까지 고려해 공간을 최대한 효율화한 평면을 20여 개 이미 개발했다"고 말했다.

공사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서 해외 진출 준비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로 출범한 지 만 30년이 된 공사의 공공주택 건설·운영 노하우를 해외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한편 한국에서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직접 시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사장은 "몽골 네팔 필리핀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등 우리 쪽으로 컨설팅 요청이 들어온 아시아 5개국을 해외 진출을 위한 타깃 국가로 정했다"면서 "앞으로 직접 가서 지어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임대주택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소유한 'Surbana Jurong'의 경우 싱가포르 도시의 성공적인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1만4000명의 인력을 전 세계 40개국 150개 도시에 진출시켜 주택·도시계획 분야 종합 컨설팅과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그들처럼 도시문제 종합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유치 및 공급 채널 확대를 위해 다음달 12~15일 개최되는 30년 역사의 국제 부동산 박람회인 프랑스 미핌(MIPIM) 행사에도 공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국내적으로 풀어야 할 몇 가지 난제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다. 김 사장은 "거주민들이 요구하는 특별분양 아파트와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경우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강제 철거는 없다는 원칙을 전제로 꾸준히 설득해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 He is…

△1965년 광주광역시 출생 △살레시오고 △고려대 건축공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졸업 △고려대 공학 박사 △2006년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2012년 고려대 관리처장 △2013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2013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2014년 미국 컬럼비아대 겸직교수 △2018년 제14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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